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필자는 지난 주말 고향집에 들렀다가 아이들의 자장면과 탕수육 성화에 못이겨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에 깔끔한 중국식당이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깔끔한 신도시 한복판에 눈에 띄는 중국식당은 없고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제과점과 치킨집, 커피숍이 대부분이어서 놀랐다.

유통의 무한경쟁 시대에 대한민국은 서울이나 지방할 것 없이 그야말로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면서 예전보다 일찍 퇴직하는 분들이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고 최소한의 매출과 이익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을 찾다보니 이미 상당수 점포들이 자리잡아 홍보효과가 높고 본사차원의 집중 지원으로 조기에 정착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해 왔다.

그 유행패턴도 너무나 급속히 변해 과거 치킨집이나 제과점등 소수업종이 주도했던 시장이 최근에는 커피전문점을 포함하여 다양한 업종, 다양한 브랜드가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유통업계도 대형화되고 브랜드가 탄탄한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프랜차이즈 업에 집중 투자하다 보니 대형유통업체간, 대형유통업체와 소매점간 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간의 과당경쟁이 극한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마트들의 입지 전쟁에 이어 롯데마트와 치킨소매점간의 '통큰 치킨' 한판 전쟁이 뜨겁게 펼쳐지더니 급기야 '쥐식빵' 논란이 크리스마스 전야의 프랜차이즈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관계기관의 수사와 정밀조사로 인해 조만간 쥐 식빵 사태의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프랜차이즈 브랜드 간의 과당 경쟁에 의해 촉발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이 상권을 감안한 출점보다는 공격 경영으로 일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치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쥐식빵 논란의 자작극 여부를 떠나 가맹 사업이 보다 내실화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프랜차이즈에 대한 탄탄한 시장 수요를 감안하면, 과당 경쟁을 했다는 이유로 대형 브랜드들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대형 브랜드 업체들의 과당경쟁이 극한에 달하자 매출이 좀 오르고 돈이 되는 상권이다 싶으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점주의 수익은 뒷전으로 외면한 채 같은 브랜드의 점포를 인근에 또 오픈하는 등 본사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에만 급급했던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주의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일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대형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 여론으로 흘러서도 안 될 것이다.

소비자의 권익이 우선이냐 영세 사업자의 보호가 우선이냐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슈이고 생계가 걸린 일이라서 어느 한쪽을 두둔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형 브랜드를 통한 유통 혁신을 무조건 반대하고 막을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밀려 퇴출될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하거나 전업을 유도하여 연착륙 시키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월마트의 성장 과정에서 중소유통업체와 월마트 간에 큰 분쟁이 있었지만, 일자리창출과 전업보조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연착륙시키고자 하는 혁신 노력이 미국 유통산업을 바꾸어 놓았고 결국 이것이 미국 경제의 도약을 이끌어 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나 유통업체들도 점주 마진을 극대화하여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많이 강구하고, 다양한 브랜드가 건전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여 프랜차이즈 시장도 발전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권익도 향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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