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중국의 명조 말엽에 재상에 올랐던 여신오(呂新吾)는 그의 저서 신음어(呻吟語)를 통해 지금의 장관인 재상을 6등급으로 분류했다.

수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음미해 볼만한 1등급은 사심 없고 작위(作爲)가 없는 사람.

마치 인간이 햇빛과 공기,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 편안함을 주고, 음덕을 주는 사람을 제일로 쳤다.

이들은 신념이 깊기에 미래를 예측하여 재난을 막고 사소한 분야까지 살피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여신오 조차도 이런 재상은 희박하다고 판단, 2급 재상에 기대를 걸었다.

바로 착실하고 민첩하게 일처리를 하고 강직과 직언으로 당당하게 사물을 논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부류들이다.

때로는 기개나 예지가 노출되어서 저항도 받지만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할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인물이 여기에 속한다.

3등급은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자진해서 하지 않는 안전제일의 인간으로, 지금 식으로 표현한다면 복지부동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그저 적당히 권력을 즐기며 무사안일에 빠져 있기에 특별한 업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해악도 끼치지 않는 부류들이다.

4등급은 입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떠들면서 현실은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자들이다.

이권과 자신의 지위만을 챙기는 사람이라 머릿속엔 항상 자기와 가족밖엔 없다. 오로지 남의 눈치나 살피면서 보신에만 급급하기에 국가의 안위나 맡은 바 업무는 뒷전이다.

5등급은 권세를 이용하여 자기편만을 등용하려 애쓰는 부류들이다.

사회정의를 짓밟고, 국정을 어지럽히는 자들로 공명심과 권력욕이 강해 주변에는 무능력자나 아첨꾼들만 득시글거린다.

마지막 6등급은 야망에 불타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파괴적 인물. 지위를 남용해 부정부패를 일삼고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을 배척하면서 국민을 괴롭히고 국가에 해를 끼치는 부류들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청문회를 보노라면 재상 후보자들의 면면과 등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밭과 임야, 오피스텔, 아파트 등 처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후보자의 배우자와 장인이 공동 매입한 대전시 복용동의 밭과 같은 해 9월 배우자와 처형의 명의로 매입한 충북 청원의 임야는 모두 개발 계획이 바뀌어 수용되면서 6배에서 15배까지 뛴 가격으로 보상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그는 강남 재건축 S아파트 단지에 처가 식구 등 모두 네 채의 재건축으로 말미암아 얻은 시세 차익만도 약 70억 원이 넘으며, 부인 소유의 강남 오피스텔 면적은 축소 신고해 탈세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금융정책실패자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그가 사퇴할 때까지 청문활동을 계속해 투기의혹을 끝까지 규명하기로 하고 유류비를 유용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기본덕목은 있다.

그것은 바로 지도자는 청렴하고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지도자가 비전을 제시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조직을 추스르는데 귀재라는 평가를 받아도 도덕성과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令)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