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많은 비와 눈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도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봄을 맞고있다. 기나긴 겨울을 벗고 하루라도 빨리 봄을 입고싶은 영화팬들을 위해 이번 주 극장가에는 따뜻하거나 촉촉한 영화 4편이 개봉된다. 겨우내 움추렸던 감성을 자극할 이 영화들은 케빈 스페이시, 헬렌 헌트, 할리 조엘 오스먼트, 브루스 윌리스, 나카야마 미호에 아이슬란드 가수 비욕까지 쟁쟁한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어둠 속의 댄서(감독 라스 폰 트리에)
「유로파」「킹덤」「백치들」 등 만드는 작품 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던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그렸던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여인」 이야기를 뮤지컬 양식에 다시 풀어낸 작품이다.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 살고있는 체코 출신 이민자 셀마는 한가지 간절한 소원이 있다. 집안의 유전병으로 자신의 눈이 멀고 있지만, 아들이 더 크기 전에 눈수술을 해주는 것. 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그녀는 밤낮조차 구분못하는 시력으로 주물공장에서 야간작업까지 해낸다.
언제난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세상을 긍정하는 셀마지만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못하다. 아들 수술비 때문에 경찰관 빌을 살해, 결국 사형대에 오르는 것. 하지만 주물공장에서도 사형대에서도 그녀는 행복한 표정이다. 그녀의 유일한 행복이고 위안인 노래부르고 춤추는 환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그마 선언을 발표한 당사자로서는 뮤지컬이란 양식이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나, 1백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동원하는 등 탁월한 기술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유명 가수 비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상복도 많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가학적 묘사와 관객의 감동을 집요하게 끌어내는 감독의 연출태도에 이견도 많아 찬반양론이 거세다. /쥬네쓰 시네마2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감독 미미 레더)
학창시절 한번쯤은 해봤을 「일일일선(一日一善)」을 소재로 한 영화. 아빠는 집을 나가고 알콜중독인 엄마와 단 둘이 사는 트레버는 중학교 사회교사인 유진 시모넷이 낸 숙제를 고민한다. 좀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방법을 1년간 고민해라는 것이 그 숙제. 트레버는 자신의 열악한 주변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 숙제를 열심히 해나간다.
「딥 임팩트」 같은 스펙터클 위주 영화에서도 끈질기게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여성감독 미미 레더의 미국판 「칭찬합시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케빈 스페이시, 헬렌 헌트가 화상 때문에 내면의 외로움을 감수하는 사회 교사와, 알콜중독 엄마로 열연한다. 쟁쟁한 이들의 연기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이는 둘을 관계맺어주는 트레버. 「식스 센스」의 그 소년,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연기하고 있다. /메가폴리스 씨네마2관

★키드(감독 존 터틀타웁)
유명한 이미지 컨설턴트인 러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냉정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질만큼 감성이 메말라 있는 중년남자. 그런 그 앞에 여덟살 짜리 소년 러스티가 나타난다. 그는 놀랍게도 32년전 바로 「그」였던 꼬마. 다시는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유년시절 고통을 환기시키는 러스티 때문에 러스는 영 불편해하지만, 과거로의 여행 끝에 따뜻하게 화해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크리스마스 영화 「패밀리 맨」처럼 요즘 헐리우드에서는 메마른 사람의 인간성 회복시키기가 대유행이다. 똑같은 주제를 갖고 어떻게 변주하느냐가 관심사항인데, 「키드」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충실히 따르면서 로맨스와 코미디를 첨가했다.
총과 욕설 없는 브루스 윌리스도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작품. /신씨네마1관

 ★도쿄 맑음(감독 다케나카 나오토)
「러브레터」의 1인2역으로 한국에서도 열렬한 팬들을 갖고있는 나카야마 미호의 새로운 모습을 볼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를 끄는 작품.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이야기를 그와 절친했던 「쉘 위 댄스」와 「으랏차차 스모부」의 코믹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가 연출했다.
사진작가 시마즈와 부인 요코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아내 요코에게 이상한 행동이 계속된다. 함께 떠난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요코는 작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곧 세상을 떠난다.
함께 있을 때보다 떠나갔을 때 그 자리가 더 커보이는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마음. 그 애잔한 슬픔을 그림엽서 같은 화면속에 파스텔톤으로 풀어놓는다. 다케나카 나오토가 시마즈로 출연하고 「4월 이야기」의 마츠 다카코도 단역출연한다. /신씨네마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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