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GL인베스트먼트 대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충청권사수대를 결성하는 등 지역별로 첨예한 대립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 대덕특구, 오송·오창 등 충청권에 조성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여당인 한나라당도 18대 총선에서 이 같은 내용을 약속한 바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은근슬쩍 입지를 명시하지 않고 통과시키자 경기도, 영·호남 등 전국 각 광역단체가 오는 5월 최종입지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게 되었다.

이에 세종시 논란에 이어 대전·충남·충북 3개 시·도지사가 충청권 공동 대응을 선언하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등 충청권의 반발이 거세게 되살아 난 것이다.

논란이 격화되자 교과부장관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공모형식이 아닌 교과부 주도로 결정할 것이며 오는 4월 입지지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상반기 안에 입지를 선정하고 관련 사업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고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계 수준의 연구 거점을 조성해 우리나라 기초과학 역량을 강화하고 비즈니스와 연계해 미래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중요한 국가적인 사업이고, 그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 2009년 4월부터 국토연구원에서 입지조사를 실시하면서 논의를 본격화 해나가고 있다.

계획의 근간은 2015년까지 200만㎡의 사업 부지에 3조5천억원을 투입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한 대형 연구 및 분석 장치인 중이온가속기가 설치되는 등의 대형 국책사업이다. 과학벨트 해당 권역의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에 대해 국토연은 20년간 각각 212조원, 136만명으로 추정하면서 국민경제 전체로도 생산이 약 235조원, 고용 212만명의 유발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완성되면 유명한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안에 투자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취업난에서 허덕이고 있는 지방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것이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부문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위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고도의 생산유발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엄청난 사업인 것이다.

입장을 번복했다가 다시 돌이키는 등의 혼란을 겪으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던 세종시 논란에서 이미 경험하였듯이, 치열한 유치 경쟁이 예상되는 이러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약을 무시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일관성없는 정책추진을 하여 국민적 신뢰를 상실함과 동시에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원칙 가운데 '예측 가능한 가변성'의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역학관계의 범위에 따라 정책을 변경할 경우가 있더라도 그 범위는 충분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의 공약을 믿고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을 외면하고 예측 가능한 가변성의 범위를 훌쩍 벗어나는 행정행위를 일삼는다면, 그 어떤 국민이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권의 공약을 믿고 따르겠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핵심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정부라면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는 이론의 여지없이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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