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 이성범 제천 내토중교장.수필가

봄의 문턱에 선다는 입춘이 지나고 다음 주말이면 우수지만 아직까지 조석(朝夕)으로는 소매 깃을 시리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위속에서도 아름다운 소망을 준비하는 새 생명의 환희는 이미 대지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리라.

이와 조화를 이루듯 우리 자녀들이 더 넓은 세계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위하여 한과정의 매듭을 짓는 졸업식이 또한 우리를 설레게 한다. 참으로 졸업식의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졸업식 노래부터 말이다.

우리는 졸업식 노래하면 으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라는 노래가사말을 연상하지만 요즘은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라고 시작하는 작별의 노래로 졸업식 노래를 대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함께하는 감사와 감동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9일에 열린 본교 제 6회 졸업식에는 참가하는 모든 학생에게 자부심과 모교에 대한 긍지를 갖을 수 있도록 졸업하는 282명 학생 전원에게 교장인 내가 직접 학생개개인에게 3년간의 수료과정을 마친 졸업장을 수여한 후 제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인 주전자(주는 주인공, 전은 전문가, 자는 자긍심)인생처럼 살아갈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다.

그런가하면 각반 담임선생님들께서는 학생 한명 한명에게 뜨거운 사랑으로 격려해 주시는가하면 마음이 여린 선생님들은 아직 졸업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눈가에 이슬이 맺히시곤 한다.

더욱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하는 것은 졸업생이 지난 3년간의 학창시절을 진솔하게 되돌아보는 학생자신의 회고사와 교정에서 동고동락하면서 情(정)이 뜸뿍 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비전을 제시해 준 3학년 담임선생님의 사랑의 메시지였다.

이에 질세라 졸업하는 제자들은 스승님에 대한 감사의 보답으로 '스승의 노래'를 불러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였다. 어느새 선생님들의 눈가에 또 이슬이 맺히시곤 하신다.

어쩌면 제자들에게 감사와 아쉬움이 말없이 교차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한없이 부끄럽다. 아니 죄스럽기까지 하다. 이 얼마나 감동의 전율인가 말이다.

그렇다. 스승의 노래가 스승의 날에만 부르는 노래는 아니라면 오늘 같은 졸업식날이 바로 제격이 아닐런지 말이외다. 단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어버이 노래를 부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내내 가슴이 시려온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무릇 졸업식장은 보은(報恩)의 장이 되어야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에대한 감사, 그리고 자녀들은 부모님께 대한 감사, 그리고 부모님은 올곧게 자라준 자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지혜롭게 성장해줌에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졸업문화는 수준 높은 감사와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