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GL인베스트먼트 대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 공약을 번복하는 듯한 대통령의 좌담회 발언이 연일 중앙 정치권과 충청권, 나아가 여타 지역을 혼돈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성난 충청권의 민심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등도 연일 기자회견, 성명을 발표하고 있고, 대전과 충남북 광역·기초의원들이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격앙된 민심을 가감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에 전남북, 경남북을 비롯한 여타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로 자기 지역 유치의 당위성을 거론하며 각종 인터뷰, 집회 등을 하고 있어 자칫 새로운 형태의 지역감정으로 변질될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교과부가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과학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말로 마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듯하면서 교묘하게 충청권 이외의 지역유치를 부각시키는가 하면, 각 대권후보 진영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국정운영에 있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향후 대형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혼돈의 파괴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에서 수도권 결집을 위해 일부러 대결구도를 만들어 나간다는 둥 여러 각도의 해석과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PIMFY(Please In My Front Yard)적인 지역이기주의나 감성적인 대응을 제쳐두고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충청권 유치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난번 기고문에서 민주주의 제도 운영의 내재된 기본 원칙중 하나인 "예측 가능한 가변성"을 들어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에 대한 당위성을 거론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관점을 돌려 국가 경제의 효익 측면에서 충청권 유치의 당위성을 피력하고자 한다.

필자가 충북내 지역투자 기업의 재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가장 큰 이슈는 오창과 오송 첨단산업단지의 자족기능과 정주기능의 안착이었다.

각종 고속도로와 고속국도의 발달에다가 KTX 오송역이 더해지면서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첨단산업으로 구성된 오송과 오창 단지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단축된 출퇴근 시간으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출퇴근 인구가 늘면서 저녁이면 적막감이 감도는 도시로 변해버려 명문 학교 유치를 통한 수도권 인구의 분산이나 정주인구의 증가로 인한 지역상권의 발전 등은 요원한 기대가 되어 버렸다.

즉, 정부에서 국토의 균형발전과 IT, BT 등 첨단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조성한 신도시와 산업단지들의 경제적 효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개발 초기부터 진통을 겪으면서 힘들게 추진하고 있는 인접 세종시까지 하드웨어 측면에만 치중해서 내실없이 개발되고 나면, 국가적으로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수도권에 있는 분당과 일산의 신도시를 개발했을 때에도 많은 혼란기를 거쳐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양 도시가 어느 정도의 자생력을 갖추고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물며, 수도권을 벗어난 개별 도시나 산업단지들에 대해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자족기능 없이 각각 표류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2000년대 이후 정부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추진해 온 세종시, 오창, 오송 신도시와 산업단지를 과학벨트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그 각각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국가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축으로서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화룡점정(畵龍點睛)하는 차원에서라도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유치해야 하는 필연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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