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마침내 카이로를 떠났다. 30년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것이다.

무바라크의 철권통치가 종식을 고하면서 세계의 시선은 이제 북한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16일 현재 표면적인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칠순을 맞아 축전과 개막식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는 등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는 갈등요인들이 많아 김정일 부자세습체제 통치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집트는 북한과 잦은 왕래를 하면서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무바라크 역시 김일성과 첫 인연을 맺은 후 평양을 네 번이나 다녀왔고, 북한의 세습체제를 벤치마킹까지 했었다.

이런 무바라크 체제의 붕괴는 북한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기에 북한도 붕괴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북한은 정권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백성들의 신뢰를 상실했고, 인민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있다.

식량난은 군부대에도 영향을 미쳐 배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자 군 장교들이 폭동을 주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려고 외화벌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땅히 거래할 물건이 없어서 광물자원 채굴권까지 통째로 넘기고 있다.

북한의 경제사정은 악화되고 있어도 평양의 특권층은 오히려 늘어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보도다.

대동강 변에 생겼다는 외국인 전용 실내수영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내국인들이 붐비고 있고, 대당 700달러나 되는 한정 상품인 스마트폰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니 공산주의라는 기본개념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가 됐다.

군부대의 폭동에 대비해 김정일 위원장 일가의 호화저택과 우상화 시설이 모여 있는 평양 중심구역에 탱크까지 배치했다고 하니 언제 어디서부터 북 체제의 붕괴가 굉음으로 이어질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반도에 천지개벽의 이상증후 현상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대처 방식은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 정권의 위기는 대한민국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행보를 해야 한다. 특히 지도자라면 남북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보면서 통일을 향한 원대한 행보와 더불어 대안을 제시하는 준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백두산의 화산폭발 위협은 대한민국 전체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처럼 북한체제의 갑작스런 붕괴는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천지개벽의 사건인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무상급식에 열을 올리고 표몰이 전략에만 급급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도자 한 사람의 힘으로 꾸려가는 나라는 아니다. 지도자의 원대한 구상에 따라 올바른 행보를 거듭하는 수많은 팔로워들이 있어야 희망찬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북한 사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남의 일처럼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지도자의 혜안과 함께 우리 모두의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동서독의 통일이 그러했듯이 남북한의 상황도 돌변 변수들은 무수히 많다.

지금부터 세계사라는 역사적 거울을 통해 복습을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