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애플의 아이폰4 국내 출시를 결정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시장 판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애플과 아이폰4 출시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이르면 3월 중 아이폰4를 국내에 판매키로 했다. 후속모델인 아이폰5와 태블릿PC인 아이패드 역시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애플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2500만 명에 이르는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아이폰 카드’를 꺼내들면서 앞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먼저 SK텔레콤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선호하는 충성 고객군은 물론, 타 이통사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급격히 유입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KT과 LG유플러스의 적극적인 가입자 이탈 방어가 예상된다.

또 KT를 통해서만 200만 대 이상이 팔려나간 아이폰이 SK텔레콤을 통해서도 공급되면 ‘KT 아이폰 대 SKT 안드로이드’ 경쟁 구도에서 진정한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아이폰 도입, 왜?

그동안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 정책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SK텔레콤의 입장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갤럭시S를 통해 24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아이폰에 적절하게 대응했지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비를 쏟아 붓는 등의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또 아이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스마트폰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친 1위 이통사’라는 불명예도 벗어버려야 한다는 숙제도 떠안았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에만 제품을 공급해온 모토로라가 최근 KT와 손을 잡는 등 KT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라인업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HTC와 팬택이 KT로 전략 스마트폰을 첫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자사 첫 NFC 탑재 휴대폰을 SK텔레콤 대신 KT를 택했다. 최근에는 모토로라 ‘아트릭스’ 와 구글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의 SK텔레콤과 KT의 동반 출시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로아그룹은 “SK텔레콤에 안드로이드 단말을 우선 공급해왔던 국내·외 제조사들이 줄지어 KT와 손잡고 있고 이 대열에 삼성전자까지 합류했다”며 “KT가 안드로이드 가입자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을 적극 마련하고 있어 SK텔레콤으로서는 아이폰 출시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최근 미국에서도 AT&T 독점 공급을 깨고 1위 사업자인 버라이존으로 유통망을 확대한 것도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3일 버라이존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첫 예약 판매에서 CDMA 아이폰4가 18시간 만에 매진됐다. 버라이존은 올해 11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버라이존 스마트폰 사용자인 2150만 명의 절반 이상, 지난해 AT&T의 아이폰 판매량인 1520만 대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통시장, 아이폰 vs 안드로이드 구도 형성

로아그룹은 SK텔레콤이 아이폰을 출시하게 되면 현재 ‘KT 아이폰 vs SKT 안드로이드’ 경쟁 구도가 붕괴되고, 동일 사업자 내에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아이폰에 대한 대응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거 확보해온 SK텔레콤이 아이폰을 직접 출시하면, KT와의 아이폰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이폰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 이는 곧 안드로이드 대 아이폰의 진정한 전면전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로아그룹은 “애플이 기존의 독점공급 관행을 깨고 복수의 통신사를 통해 유통 채널을 확장하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국내에서 KT가 단일 사업자로 아이폰을 200만 대 이상 팔았는데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의 아이폰 동반 출시는 현재 6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입지를 충분히 약화시킬 수 있는 빅뱅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SKT-KT 아이폰 경쟁에 최대 타격업체는 LG유플러스?

특히 SK텔레콤의 아이폰4 도입 조건이 KT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아이폰을 국내 시장에 독점 공급하며 ‘아이폰 효과’를 톡톡히 누려온 KT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보다 많은 소매유통망을 확보한 SK텔레콤이 아이폰 판매에 집중한다면, KT가 지금까지 누려온 시장 프리미엄이 SK텔레콤 쪽으로 단기간에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이번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곳은 스마트폰 단말 라인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LG유플러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마트폰 라인업에 대한 경쟁력이 취약한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유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한국모바일인터넷(KMI) 등 제4 이통사의 등장에 이어 이동통신재판매(MVNO)사업자들까지 스마트폰 경쟁에 가세하면 ‘저렴한 요금제’를 필두로 한 LG유플러스의 경쟁력이 급격히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러한 가설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이제 통신사와 제조사가 밀월 관계를 유지하며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국내 이통시장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단말기보다는 네트워크 품질이나 차별화된 요금과 서비스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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