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여보!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는데 어느 것을 먼저 알려줄까?"

"좋은 뉴스부터 이야기 해봐"

"좋은 뉴스는 우리 차 에어백 성능이 정말로 완벽하다는 것을 확인한 거지."

"그렇다면 나쁜 뉴스는?"

"우리 차를 폐차처분 해야 돼."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재미있는 얘깃거리도 많이 등장하지만 이따금 안타까운 뉴스도 검색된다.

최근에 누리꾼들을 분개하게 만든 기사는 국가에 50억 원상당의 전 재산을 헌납한 기부자의 미망인이 쪽방에서 시한부 삶을 연명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미망인인 손 할머니의 남편은 1974년 당시 화천경찰서가 신축건물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집터 등 50억 원대에 이르는 땅을 기부했다고 한다.

이에 화천경찰서도 고마워서 옛 집터에 주택을 지어주고 집터와 주택은 본인에게 등기 이전까지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사이 기부자는 세상을 하직했다.

혼자 남은 할머니는 낡은 집의 개보수를 요청했지만 경찰서에서는 "국가재산을 함부로 개보수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금은 정부 생활보호지원금 30여만 원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손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합병증까지 겹쳐 쪽방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며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 재산을 국가에 기부한 유가족이 병을 얻어 쪽방에서 지내고 있는데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개보수도 못하게 하다니... "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어떻게 이런 국가를 믿고 살 수 있겠느냐?" 면서 흥분했다.

"살아서 전 재산을 기부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원수다. ", "귀차니즘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한 네티즌은 "쓰레기만도 못한 나라를 조국이랍시고 믿었던 것이 무척 부끄럽다"는 회한의 글까지 남겼다.

화천군은 군에서 부지를 기부 받은 것은 없지만 관계기관의 요청이 들어오면 군에서 추진 중에 있는 임대 주택사업의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자가 아는 강사 중에는 역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철학대학원 평생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구홍덕 박사로 그는 '팔자를 고칩시다' 주제 강연을 통해 베풀며 살면 베푼 만큼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주장한다.

구 박사는 열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0회가 넘게 헌혈을 했고, 14년 전에는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한쪽 콩팥도 기증했다.

얼마 전에는 간경화로 고생하는 초등학교 친구에게 간을 기증하기 위해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간 검사까지 받았으나 불합격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에 물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 역시 선행의 결과라고 말한다.

남편이 이런 모습을 보이자 아내도 친동생에게 콩팥을 떼어주는 선행을 베풀었는데 "그때 떼어준 콩팥에서 암이 발견되어 자신도 홀아비가 될 신세를 모면한 적이 있다"며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을 거듭 강조했다.

기부자 역시 팔자를 고치려고 선행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홀로 남은 미망인을 돌보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챙겨주어야 할 기본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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