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충주대 교수

재스민은 물푸레나무과 식물로 흰색 또는 노란색 꽃이 피고 향내를 낸다. '꽃 향유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널리 애용되며 대부분의 향수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재스민이 지중해에 연하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크지 않은 나라 튀니지의 국화다.

튀니지는 지중해에 연한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아랍인들이 주민의 다수이고 아랍어를 사용하며 국교가 이슬람교인 나라다.

작년 12월 튀니지의 남쪽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실직 중이던 부아지지라는 젊은이가 판매 허가 없이 과일과 야채를 팔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물건과 저울을 몰수당했고 폭행을 당했다.

그는 이에 항의해 시청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이를 도화선으로 30%에 이르는 실업률로 고통을 받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반정부 소요사태를 일으키게 됐다.

대통령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부아지지를 위로했지만 올 1월 초에 결국 사망했다.

소요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사상자가 속출했으며 노조는 총파업에 이르렀고 벤 알리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해산을 발표했다.

대통령 자신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이로써 23년 동안의 장기집권은 종지부를 찍게됐다.

서방 언론은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을 국화인 재스민의 이름을 붙여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르게 됐다.

재스민 혁명은 주변의 중동과 아프리카의 독재국가 들에 영향을 미쳐 반정부 소요사태로 번지게 됐다.

재스민 혁명의 향기는 바람을 타고 알제리와 이집트, 리비아, 요르단, 알바니아 등 중동과 동유럽에도 흘러들었고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30년 장기집권의 권좌에서 물러났다.

지금도 리비아에서는 시민군과 가다피의 친정부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리비아 국민은 40년 이상을 장기 집권하면서 철권통치를 휘두른 가다피 대통령에게 진저리를 쳤을 것이다.

자국민을 향해 전투기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화학무기로 위협하는 대통령을 둔 나라다.

그가 텔레비전에 출연해 내뱉는 대국민 위협을 온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장기집권 철권통치로 유지되는 정부라면 국민은 가난에 허덕일 것이고 언론의 자유는 억압당할 것이며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 땅의 민중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번 혁명은 과거에 중동에서 일어났던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이들 국가들은 높은 물가고와 엄청난 실업률 그리고 지도자의 장기집권과 부정부패에 시달리고 있으며 철권통치에 시민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혁명이라는 모습으로 분출된 것이리라. 이 재스민 향이 동북아로도 흘러들고 있다. 중국과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재스민 혁명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더욱 자유를 억압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다.

소요사태를 두려워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은 군인들로부터 실탄을 수거해 빈총을 들고 순찰을 도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북한은 60년을 넘는 3대를 이은 세습 장기집권에다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으로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언론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재 철권 통치하에 있는 동토의 땅이다. 이 얼어붙은 땅에도 재스민의 향기가 미미하지만 흘러들고 있다. 향수병의 병뚜껑을 열어서 향기를 맡게 해야 한다. 독재와 철권통치로 주민을 가난하게 하는 정부라면 그 정부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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