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품목별로 치솟던 물가는 소비자들이 체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아 소위 '미친 물가'라는 말이 실감나게 된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올라있는 형국이다.

서민들이 현장에서 물가인상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소문난 맛집들조차 너도나도 가격을 인상하면서 1만원권 한장들고 식당에 갔다가 한숨만 나온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박리다매로 승부를 걸기에는 원재료나 공공요금등 각부문 재료비 인상의 회오리가 견디기 어려운 지경까지 치솟은게 현실이다.

일반 국민들이 매일매일 커다란 가격표를 보면서 물가 변동을 두눈으로확인하는 기름값의 경우, 두바이유가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서면서 급기야 서울 시내에 리터당 2천300원대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까지 등장하였다. 원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비슷하게 오르고 내리는 국제시장과는 달리, 국내 유가는 세금부과, 유통체계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가격의 비대칭성을 보이고 있다. 민관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팀이 국내 석유제품값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와 석유제품 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한다고 하지만, 그 발표내용이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위 '미친 물가'로 일반 국민들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물가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통화당국에서는 아직도 대응책을 속시원히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월 4.1%에 이어 지난달 4.5%까지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범위(3%±1)의 최고수준을 이미 넘어섰는데도, 정부는 북아프리카 사태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 및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등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한 물가 폭등을 언급할 뿐,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경제 흐름속에서 정부의 단견에 의한 상황판단 오류나 부처간 역할 배분의 혼선, 그리고 최일선에서 물가관리를 담당하는 통화당국의 소신없는 행보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채 총체적인 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지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물가대책회의를 주관하는 차관은 스트레스에의한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하고, 급기야 기획재정부 장관 입에서 "나도 힘든 짐 내려놓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의 물가문제가 상당부분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는 것을 국민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통화팽창에 의한 인플레이션 요인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주요산유국들의 정정불안에 따른 국제 원유가격 인상, 한국내 한파와 폭설 및 구제역과 조류독감 파동,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리인상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공급 측면 요인들이 한꺼번에 얽혀있고, 심지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편승한 수요 측면의 물가인상 현상마저 나타나 물가를 책임지는 담당자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것을 모를리 없다.

그러나 하루하루 고통속에서도 열심히 삶의 희망을 일구어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집권기간에는 주로 성장률을 높여 집권기간 동안의 성과를 표로 보상받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현정부도 예외없이 감세와 저금리정책 등을 통한 성장노선을 추구하고 있어 어느 정도 물가상승은 예정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목표치를 확연히 빗나간 거시경제 운용목표(성장률 5%, 물가상승률 3%) 달성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거시경제정책의 큰 틀을 바꾸는 극단적인 대책을 강구해서라도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한 이해와 협력, 동참을 구하는 것이 국민들 마음속에 물가안정과 희망의 낙하산을 펴주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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