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흔히 여성 스파이 하면 마타 하리를 떠올린다. 미모의 스트립 댄서였던 그녀는 제 1차 대전 중 파리와 독일을 오가며 첩보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결국 총살형을 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생전에 전설적인 여성 스파이로 이름을 날렸다.

마타 하리 말고도 전설적인 여성 스파이는 또 있다.

프랑스 파리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댄서 조세핀 베이커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1920년대 초 브로드웨이의 최고 스타였다.

야윈 몸매와 긴 다리 등 타고난 외모에 가슴까지 드러내는 선정적 춤으로 화제가 됐던 그녀는 이탈리아의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빼낸 정보를 정보기관에 넘겨주는 등 오랜 기간 조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했다.

75년 그녀가 사망하자 프랑스는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등 최고의 예우를 해주었다.

장 티베리 파리시장은 2001년 몽파르나스 주변 거리의 명칭을 '조세핀 베이커'라고 명명함으로써 그녀의 이름이 파리의 지명으로 환생하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이중첩자라는 불명예를 쓰고 불운한 최후를 맞은 마타 하리와 달리 조세핀은 파리 시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조세핀은 조국 프랑스의 영웅이 됐지만 그녀에게 놀아나 정보를 넘겨준 자들은 이완용처럼 매국노와 진배없었던 셈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인계를 가장 많이 활용한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출신의 전설적인 미녀 서시(西施)는 충신 범려의 말을 듣고 견원지간(犬猿之間)이었던 오나라의 왕 부차(夫差)에게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녀는 갖은 애교를 부려 부차가 국사를 소홀히 하게 하여 결국 오나라가 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미인계의 효시국가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미녀들의 스파이활동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오고 있다.

대만에서는 한 현역소장이 중국의 30대 여성에게 포섭돼 7년간 중국에 군사기밀을 넘기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미국 정보국에 의해 덜미가 잡혀 파문을 일으켰다. 영국 런던의 전 부시장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한 미모의 중국 비밀요원 미인계에 걸려 기밀 서류를 도난당했으며,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직원도 술집에서 만난 중국여성과 가까워졌다가 중국 공작원에게 약점이 잡혀 국가기밀을 넘길 것을 강요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케이스다.

국내에서는 문민정부 시절 정찰기 도입과 관련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이 미국의 군수업체 에이전시인 로비스트 린다 김에게 '사랑하는 린에게'라는 편지까지 보내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갖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례가 있다.

외교통상부가 상하이 불륜 스캔들로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한 명도 아니고 2명이나 되는 한국 외교관들이 30대 한족 출신의 중국 여성 덩모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기밀 자료를 유출시킨 사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출된 자료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의 휴대폰 번호와 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발급 관련 자료도 상당수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부를 가장 변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주목한 적이 있다.

장관 딸 특채파동 등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터진 한국판 색계(色戒), 상하이 불륜 스캔들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가에 해를 끼치는 매국노 행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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