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일본에 대해 다룬 대표적 저서로 두 권의 책이 있다. '일본은 있다'와 '일본은 없다'다.

상반된 입장에서 일본을 파헤친 책 두 권을 읽노라면 일본의 실체가 어느 정도 감지된다.

최근 일본 동북부 지방에 건국 이래 최대의 재앙인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일본열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지진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일본인들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고 있다.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 계속되는 여진과 원전폭발에 따른 방사능 오염 등으로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된 상태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사재기도 없고, 새치기도 없는 등 혼란과 무질서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가도 모자라는 우동을 타인에게 먼저 배려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지는 "인류 정신의 진화"라는 극찬도 서슴지 않았다.

2009년 11월 한국 부산 사격장 화재로 10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숨졌을 때 부산에 온 유가족들은 통곡 대신 무릎을 꿇고 침통한 표정만 지었을 뿐 흐느끼진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는 것조차 남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이처럼 극한상황에서 고도의 자기절제를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된 것일까.

그것은 반복된 훈련과 교육의 결과다.

일본은 유치원 때부터 지진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반복해서 훈련한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또 남을 배려하고 보살피되, 신세를 졌으면 반드시 갚으라고 가르친다.

극한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일본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반복된 교육과 훈련이 습관화되어 내재된 결과다.

예전에 MBC "일요일밤 이경규가 간다" 코너에서는 새벽 3시 동경의 뒷골목 이면도로에서도 정확히 신호를 지키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비쳐졌지만 당시 동경은 5만대의 몰래카메라로 집중교통단속을 실시해 법규를 위반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은 흐트러진 국민성을 바로잡고자 '이지메(왕따)' 제도를 도입하고, 법질서를 어기면 너 나 없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이지메'라는 극단적 조치도 취했다.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일본의 국민성이 형성되었다는 분석도 나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때로는 감정도 없는 박제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일본여성은 황혼이혼 사례가 잦을 정도로 냉혹하기로 유명하다.

일본을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폄하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는 질서정연하고 냉철하지만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잔인한 민족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5천년 역사동안 단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지만 일본은 틈이 날 때마다 침략을 일삼아 왔다.

한국은 일본에게 임진왜란과 한일합방이라는 두 번에 걸친 뼈아픈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지금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후손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된 것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지 우리가 만든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인류애를 발휘하여 이웃 일본을 도와야 할 때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과의 분명한 역사다.

역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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