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필자는 얼마 전에도 소비자물가 비상에 대해 논한바 있다. 시장이든 식당이든 어딜 가나 모두 '악'소리 나는 물가상승에 한숨이 깊다. 특정 품목이 아닌 거의 모든 품목의 생활물가가 상승하니 서민들의 밥상 걱정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거기에 이웃나라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동쪽 연안어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일본산 수산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생태같은 경우는 전량 일본산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수산물 가격급등 이른바 '피시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낳고 있는 현실이다.

급등하는 게 어디 수산물뿐이겠는가. 밥상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계란 값도 급등하고 있다. AI(조류인를루엔자)로 인해 살처분된 숫자를 감안하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은 그리 부족하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되는데, 해마다 계란가격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부활절 특수'를 앞두고 중간 도매상들과 저장창고를 갖춘 농장주들이 계란을 비축, 출하를 미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물가 고공행진이 미치는 파장은 급기야 각 시도가 실시하고자 하는 무상급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금과 같은 고공행진을 계속한다면 많은 시도의 무상급식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지난주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이 공개한 '2011년 제2차 학교급식 식재료 시장조사 가격현황' 자료에 따르면 친환경 돼지 앞다리의 1㎏당 공급가는 2만원으로 지난달보다 무려 40.8%나 인상되는 등 거의 모든 농축산물 품목의 가격이 급등하였다. 일선학교 급식 담당자들은 고기를 두부 등으로 대체한 신메뉴 개발과 식재료 공동구매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급식의 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물가 폭등에 많은 사람들이 저축이라는 희망은 피워보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출은 되레 늘기만 한다. 오르는 금리에 전세대출금 이자도 올랐고,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등의 고정비도 조금씩 올랐다. 더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각오하고 있지만, 사상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유류가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의 대책을 마련해도 생활비는 도로 제자리에 오기 일쑤다. 외식 횟수도 줄이고 휴일 야외활동을 자제해 봐도, 생필품 물가가 더 빠른 속도록 올라 결국 절약을 통한 저축은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인상하고, 총액대출 한도 금리도 0.25% 올렸지만 대부분 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금리인상에 의한 대출금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원금 상환은 생각도 못하게 되었고,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물가상승을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해 앞으로 서민가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솟는 물가를 잡을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기능도 미약한 느낌이며 책임감있고 무게감있는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려하고 있던 외부적인 악재나 변수들이 이제는 거의 다 돌출되었으므로, 정부 정책 당국자들은 전세대책, 고물가대책, 고유가대책 등등 산발적이고 간헐적으로 제각각 대책을 발표하여 혼란을 부채질하고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 아니라, 각 부처간 철저한 사전 조율과 정책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을 집대성한 후 통합 발표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리하면 국민들도 다시한번 굽은 허리를 쭉펴고 신뢰와 희망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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