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무늬만 대학인 청년실업 양성소, 등록금 올리기에만 급급한 국내 대학들.

하인리히 법칙에서 보면 최근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청년실업은 계속되고 있는데 등록금은 멈출 줄 모르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참다못한 대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학생이 대학을 위해 존재하는 나라가 오늘날 대학의 현주소다.

한국 대학생들은 OECD 26개 국가 가운데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낸다. 그것도 모자라 입시철만 되면 일부 대학은 원서장사로 한몫을 두둑하게 챙긴다.

그런 대학들의 세계경쟁력은 완전 바닥권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대학들이 판을 치고 있다.

대학은 대한민국 전체를 온통 기형적인 형태로까지 만들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을 고착화시킨 장본인도 대학이다.

해마다 수도권에 유입되는 인구의 60% 이상은 대학진학과 취업을 앞둔 20대가 차지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성공한 지자체들도 지역의 인재들을 수도권 대학에 진학시키지 못해 아우성이다.

지역 대학이 바로 서면 수도권 집중 현상도 해결되고, 지역의 균형발전은 이루어질 텐데 정부는 그럴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일본은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지역대학이 길러낸다. 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는 모두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 대학들이다.

미국 역시 전체 대학의 67% 가량이 주립대학 등 국공립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랜시스코 시립대학(CCSF)의 한 학기 등록금은 49만2천원에 불과하다.

그래도 자동차전공학과에서는 수십 대의 차량을 분해해보는 실습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80년 41만 명이던 대학생 수는 2008년에는 212만 명으로 늘었다.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탓도 있지만 기업들도 대졸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은 교육비다. 대학생을 둔 가정은 지옥이 따로 없다.

무상급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상교육이다. 실제로 교육경쟁력 1위인 핀란드를 비롯하여 교육 강국인 아일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학까지 완전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체코,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도 대학등록금이 없다. 덴마크는 대학생들에게 매월 50~60만원을 주며 학업의욕을 북돋운다.

전체가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국공립대학만이라도 무료로 하면 어떨까.

국공립 대학생 약 26만 명에게 6백만 원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지급할 경우 1년에 필요한 예산은 1조 5,6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2011년 정부 예산 규모 309조 원의 약 0.5% 수준이다.

4대강 사업으로 돌린 22조원의 예산 중 10%로 활용해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 지역의 국공립 대학에 입학하려는 열기는 하늘을 찌를 것이며 수도권 집중현상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고기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무상등록금 제도의 도입은 그래서 한시가 급한 과제다.

대학생들까지 들고 일어선 등록금 문제,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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