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빚쟁이 천지다.

개인이 빚쟁이고, 공기업이 빚쟁이고, 나라도 빚쟁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개인의 이자부채는 이미 900조 원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외상거래와 기타 금융부채까지 합치면 개인부채는 1천조 원에 이른다.

이를 통계청 추계인구인 4천887만 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채는 2천만 원을 육박한다.

공기업 부채도 272조로 34조원이 넘게 늘었다.

이중 수자원공사는 2009년 2조9천956억 원에서 2010년 7조9천607억 원으로 165.7%라는 가장 높은 부채증가율을 보였다.

액수로만 따지면 토지주택공사가 단연 으뜸으로 2009년 109조2428억 원에서 지난해 125조4천692억 원으로 16조 원이나 늘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주택사업, 혁신도시 등 각종 국책 사업과 요금 규제, 그리고 방만한 경영이 공기업의 부채를 증가시킨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부부채도 2002년 99조8천억 원에서 작년 말 392조8천억 원으로 9년 사이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주인의식이 없으니 나라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인이든, 공기업이든, 나라든, 빚이 많아지면 경제 균형이 무너짐과 동시에 성장 잠재력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개인부채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보대출이 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이는 경제전반에 걸친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서민들의 신용카드 대출 역시 멈출 줄 모른 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대출중개업이 성행하고, 대부업체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며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부업계 1위라는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5천409억 원으로 전년대비 22.9%나 증가했다.

자산순위 2위인 산와머니도 지난해 9월 말 마침내 대출 잔액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빚만 계속해서 늘어나면 개인파산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가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 된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계형 부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직을 했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면 서민들은 대부분 집을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형편이 나아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이제는 제 2금융권으로 손을 뻗치게 된다.

이때부터는 살인적인 이자로 더욱 혹독한 경제적 시달림을 겪게 된다.

서민들이 고리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시중은행의 문이 턱없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2금융권조차도 연체 등으로 대출이 여의치 않으면 캐피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금리가 40% 초반 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사채와 다를 바 없다.

감당 못할 이자는 또 다른 빚을 지게 만들고 이는 결국 '빚잔치'로 이어진다.

카드와 저축은행, 대부업체로 이어지는 고금리의 종착역은 안가 봐도 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서민들이 대출받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개인이든, 나라든 빚이 늘어난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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