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한 통신회사에서 '영상전화, 속마음을 보라'는 CF를 선보인 적이 있다.

20초 밖에 안 되는 짧은 영상의 CF에서는 일곱 사람이 등장하여 "사랑해"라는 똑같은 말을 던진다.

그러나 그 속에 담고 있는 속마음의 의미는 각각 다르다는 것을 화면에서도 보여준다.

20대의 여자는 영상전화를 통해 그리운 남자친구에게 '보고 싶었다'는 뜻으로, '사랑해'라는 멘트를 입맞춤과 함께 날린다. 반면에 20대의 남자는 자신을 의심하는 연인을 향해 '오빠를 못 믿니?'라는 뜻으로 '사랑해' 소리를 던진다.

그런가 하면 30대 주부는 남편에게 '바람피우면 죽는다'며 침착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 멘트를 날린다. 반면 40대의 남자는 아내를 향해 '용돈 좀 달라'는 의미로 '사랑해'라는 말을 건넨다.

어린 아이는 자식을 혼내고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엄마를 향해 '밉다'는 의미로 "사랑해"라는 말을 어쩔 수 없이 뱉는다. 반면에 80대 노인은 '죽을 때까지'라는 애절한 마음을 담아 "사랑해"라는 말을 건넨다. 마지막으로 10대 소녀는 '내 곁을 떠나가지 말라'는 뜻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똑같이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도 그 속에 담겨 있는 뜻이 각각 다른 이유에 대해 CF는 '속마음을 보라'고 주문함으로써 경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경청에 대해서는 많은 석학들과 성공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자를 통해 "(다른 사람을)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키라"며 공감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초우량기업의 조건'을 저술한 톰 피터스는 '20세기가 Speaker(말하는 사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Listener(듣는사람)의 시대'라고 단정을 내릴 정도로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대가로 알려진 그리스 철학가 소크라테스가 사용하는 대화술(일명 산파술)의 핵심도 경청과 질문이다.

소크라테스 대화술의 핵심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되려면 80%는 듣고 20%만 말해야 진정한 대화의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스티븐 코비와 톰 피터스,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왠지 정이 끌리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의 공통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성공학' 강의를 할 때마다 경청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실생활에 활용이 가능한 1, 2, 3화법을 알려준다.

'내 말은 한 마디만 하고, 상대의 말을 두 마디 정도 듣고, 그 과정에서 세 번 정도 맞장구 치라'는 내용이다.

이 역시 내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 핵심골자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경청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조직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지난 4·27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도 민심을 읽지 못한 까닭이다. 민심을 읽기는 커녕 '공정사회'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경청'의 진정한 의미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는 것이다. 손자는 병법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라고 했다.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한 것이다.

상대를 알아가는 지피(知彼)가 바로 경청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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