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고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석유다.

국내 총생산의 40%, 국가재정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석유의존형 경제구조가 국가경쟁력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오는 결론이다.

1970년대 후반 네덜란드 역시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으로 사회혼란을 겪었다.

1957년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되면서 유입된 오일머니 때문이었다.

네덜란드는 이 재원을 복지에 투자하면서 살기 좋은 복지국가가 됐지만 곧 위기를 맞는다.

복지에 맛들인 네덜란드인들은 너도나도 일손을 놓았고, 그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결국 1970년대부터 네덜란드는 예정된 몰락의 수순을 밟게 된다.

사태의 심각함을 느낀 네덜란드 노사는 1982년 최저임금 및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파트타임 노동을 확대하고 근로시간 축소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이른바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한다.

1982년부터 14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이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루베르스 전 네덜란드 총리는 17일 서울 밀레니엄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2011' 기조연설을 통해 "일 안하는 복지는 한 순간의 파티에 불과했을 뿐."이었다고 술회했다.

과잉 복지가 부른 경제위기가 복지 예찬론자들에게 자극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5.16혁명 직후 박정희 소장 중심의 혁명세력을 인정하지 않던 미국은 주던 원조마저 중단한다.

허탈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된 박 소장은 같은 분단국가였던 서독에 대사를 파견해 결국 1억4천만 마르크를 빌리는데 성공한다.

대신에 이역만리 독일로 날아간 간호사들은 시골 병원에 뿔뿔이 흩어져 죽은 사람의 시신을 닦는 일을 도맡았고, 남자 광부들은 지하 1천미터 이상의 깊은 땅속에서 열 시간 이상씩 뜨거운 지열을 감내하며 석탄 캐는 일에 열중해야 했다.

그 무렵의 한국은 돈도 자원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다.

유엔에 등록된 나라 수는 120여 개국, 필리핀 국민소득이 170불, 태국 220불일 때 한국은 76불에 불과했다.

인도 다음으로 못사는 나라였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후 꼴찌에서 두 번째였던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진입했고, 지금은 IT강국이 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잘라 가발산업을 발전시키고, 곰 인형을 만들어 판 대가였다.

한강의 기적에 이어 88올림픽 개최, 월드컵 개최 등은 50∼60대가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불굴의 도전정신이 일구어낸 결과였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현실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처한 상황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시련이 닥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끝없는 도전의 길을 찾아나서야 하는지도 모른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들은 남보다 더 많은 성공 DNA들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도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할 경우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이때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주는 성공 DNA가 '도전정신'임은 말할 것도 없다.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눈앞에 전개되는 역경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도전하는 지도자가 많을수록 사회는, 국가는 발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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