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전관예우
공직자의 전관예우
  • 정문섭 논설위원
  • 승인 2011.06.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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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필자가 알고 있는 시장 군수 중에 문동신 군산시장은 전관예우를 뿌리친 소신파 단체장으로 유명하다.

문 시장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직원에서 출발하여 농어촌공사 대표이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02년 농어촌공사 대표이사를 정년퇴임하자 국내 업체 랭킹 50위권에 속하는 두 개의 1군 건설업체들이 고문직 제의를 해왔다고 한다. 농어촌공사 사장출신이라는 전관예우 차원이 아니라 기업체들이 필요하니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 하나 편하자고 후배들을 괴롭히기 싫어 '능력이 부족해 맡을 수 없다'는 핑계로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에 그는 제대로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문시장은 법학에 이어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서 경제학을 배우자 학문적 흥미와 삶에 활력이 생기고 자신감도 솟구쳤다고 한다.

그 바람에 사물과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며, 덕분에 그는 성공한 자치단체장으로 자리매김도 했다.

전관예우란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맡은 사건에 대해서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판결하는 법조계의 관행적 특혜를 일컫는 말이다. 판검사 출신이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하고 2년여만에 평생 먹고살돈을 번다는 말은 전관예우의 폐단을 드러낸다.

장관급 이상의 관직을 지냈던 사람에게 퇴직 후에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도 전관예우라고 일컬었다.

전관예우는 법조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판·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는 개업 후 2년간 퇴임 전 소속되었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은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변호사 업계와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들의 이해관계에 밀려 법안 상정이 유보되었다가, 1999년 1월 발생한 '대전 이종기 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재입법이 추진되어 2000년 1월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전관예우는 아직도 치외법권 지대인 모양이다.

퇴직 고위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및 로펌 행 관행을 제한하려는 청와대와 국회 움직임에 공무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퇴직을 앞둔 금융감독원 간부들의 낙하산 인사는 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전관예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각종 비리사건의 뒤에는 언제나 전직 관료출신들이 나타나 이익집단의 병풍역할을 떠맡곤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직 경제 관료출신 인사들도 전관예우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 대거 포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은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다. 흔히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하는데도 이제는 전관예우를 통해 한방에 해결하려는 욕심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낙하산 인사가 가히 가관이다. 전직 고위 공무원들을 위해 없던 자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전관예우를 위해 임기가 남은 민간 해운업체 사장까지 교체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제는 아예 공무원들이 금년 1월부터 국토부에서 사장 또는 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퇴임한 선배공무원을 앉히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업체에 요구까지 해왔다고 한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해운분야는 전문성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므로 공무원이 적임자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전관예우를 받는 자리는 후배들을 괴롭히는 자리라는 사실이다. 나 하나 편하자고 많은 후배들을 괴롭혀도 되는 것인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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