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못살겠다, 바꿔보자"

예전에 선거판에서 많이 듣던 구호이다. 그런데 최근 20대 초반의 젊은 대학생들이 치솟는 등록금 부담에 다시 들고 일어선 현대판 구호이기도 하다.

더욱이 등록금 대출을 받은 학생 비율을 살펴보면, 지방대 학생 비율이 26%나 되어 서울의 대학생 대출 비율인 13%보다 무려 두 배나 많이 대출받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는 뒤집어보면 지방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계가 그만큼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서울지역의 대학생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벌인 촛불집회가 열흘을 넘어서면서 충청도에서도 현재의 등록금 정책에 대해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하니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필자의 부모님도 아들을 서울로 유학 보내놓고 허리가 휘도록 쇠똥치우고 밭일을 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나마 장학금이라도 많이 받으면 등록금 부담이 많이 줄어들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장학금 지급 상위학교들을 보면,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이 높은 상위 10개 대학 중 8곳이 서울 주요 사립대였고 지방대학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서 학교가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대학생 10명 중 5명꼴인 48.9%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다음 학기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가히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을만하다.

이러한 반값 등록금에 대해 의식있는 대학생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등록금 그 자체가 과다하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전세계적으로 등록금은 가장 비싼데 반해 대학 교육 서비스는 최하위인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항의가 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시작되면서 지방의 가정들이 자녀를 서울로 보내지 못하고 지역 대학으로 진학시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고,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지방대에 가서도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면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방대 졸업생들은 취업에도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즉, 사교육을 받은 고소득층의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받아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에서도 등록금 걱정 없이 학점과 전공에서 경쟁력을 쌓아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서울과 지방 대학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나아가 빈부 격차의 고착화를 초래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불안요소로 발전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공약이행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은 분위기에 편승하여 새로운 공약을 내놓다가 대학생들에게 오히려 무안을 당하는 지경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라거나 좌우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으로 부모님 생계까지 걸려있는 문제라서 심각성이 더하다. 더구나 반값 등록금은 현정부의 공약이었기에 최근 대형 공약들에 대해 입장을 바꾸어가면서까지 현실타개를 위해 용트림하던 정부에게는 다시 한번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그런데 역대정권을 거치면서 현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에 휘둘려 백년은 커녕 한두 해도 못넘겨 수시로 정책이 바뀌더니 급기야 교육 커리큘럼 자체의 문제가 아닌 교육 환경과 관련된 등록금 문제마저 사회문제로 불거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근시안적인 처방으로 지금의 이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대책은 이제는 단호히 근절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백년을 내다보는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물가, 환율 등 외부 경제상황과 조화롭게 실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여 더 이상 피끓는 젊은이들과 등골이 다 휘어진 부모님들의 절규가 헛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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