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지방자치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자치단체장이다.

실제로 지역의 단체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지역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지역의 발전은 천양지차로 달라짐을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그런데 지역발전 도모는커녕 중도에 낙마하는 단체장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단체장 가운데 무려 10명이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단체장 직을 잃었다.

여기에 기초단체장 50여명과 광역단체장 10여명 등 60여명이 현재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따라서 이들의 형이 확정되면 낙마한 단체장은 더욱 늘어날 추세다.

단체장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되면 지역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한다.

민종기 전 충남 당진군수는 관급공사 수주 건설업체 사장 등으로부터 6억3천만 원을 뇌물로 받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민 군수는 이후 위조여권으로 출국을 시도했다가 잠적 5일 만에 고속도로에서 경찰순찰차에 붙잡혀 구속되는 바람에 지역주민들은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임실군은 민선 1기부터 5기까지 단체장 모두가 구속 또는 기소되는 불명예로 전국적인 망신살이 뻗친 지역이다.

단체장이 중도에 하차하면 단체장 부재에 따른 행정공백과 피해도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전임 단체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형 사업들은 좌초되고, 신규 사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재보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선거비용이 든다.

지난 4.27 재보선 당시 강원도지사 선거에는 90여억 원이 선거비용이 들어갔고, 기초단체장 선거에도 9억5천만 원이 투입됐다.

잦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주민들은 사분오열 되고 민심도 흉흉해 진다.

결국은 지방자치가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아니라 주민을 해치는 지방자치로 전락한다.

그래서 지역의 단체장은 정말로 잘 뽑아야 한다.

필자는 성공한 자치단체장을 릴레이로 5명씩 인터뷰하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CEO'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책자를 내고 있다.

필자가 성공한 단체장을 선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단체장이 지역에 꿈(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성공한 자치단체를 보면 먼저 리더인 단체장이 지역민들이 공감할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 경청, 청렴, 긍정, 평가, 신뢰라는 덕목을 토대로 공무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공무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도 이때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이 과정에서 팔로워십으로 무장된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꿈을 지역민들에게도 공유시키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는 공통적 특성을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런 단체장을 뽑았다면 정말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여서 상당수 단체장들이 선거법과 뇌물수수 혐의로 잇따라 중도하차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학연, 혈연, 지연과 개인적 이해관계에 얽혀 도중에 하차하는 단체장을 뽑으면 지역발전은커녕 오히려 지역이 퇴보하고, 결국 혈세만 낭비하면서 나라살림까지 거덜 난다. 성공한 단체장을 모시기 어렵다면 청렴한 단체장이라도 선택함이 차선책 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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