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192개 회원국이 참석한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의 박수갈채 속에 확정됐다.

반 총장의 재선은 사상 첫 한국인 사무총장의 연임이라는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언론은 총회의 분위기를 반 총장이 보여준 헌신과 업적에 대한 각계 대표들의 찬사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북한 대표들도 반 총장의 연설이 끝나자 박수를 보냈고, 총회장을 메운 회원국 대표들은 반 총장의 연임을 축하하러 온 하객들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도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며 회원들의 협력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반 총장의 연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최고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그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어떤 자질과 리더십을 가졌기에 이토록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일까.

첫째는 경청의 리더십이다.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인 제프리 삭스 교수는 반 총장이 매우 조용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으며, 탁월한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은 유엔의 절차를 존중하고 회원국 대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상대방을 잘 설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식을 줄 모르는 일에 대한 열정이다.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6시45분에 아침회의를 시작하고, 밤 11시30분에 브리핑을 듣는 것이 예사 일 정도로 반 총장이 일벌레라고 말한다. 외교부장관 시절 그는 임기 중 1/3을 외국에서 체류할 정도로 다양한 국가의 외교사절을 만나는 적극적인 외교를 펼친 열정적인 외교관이었다.

셋째는 그의 배려정신을 꼽는다.

외교부 시절 그는 선배보다 먼저 승진하자 부담스러워 진급을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 승진이 되었다. 그러자 그는 선배와 동료 외교관 100여 명에게 '먼저 승진하게 돼서 미안하고 송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일일이 보냈다고 한다. 말단직원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해직 위기에 놓인 부하직원을 살리고자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이야기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넷째는 청렴한 도덕성이다.

그는 외교부 시절 30여 년 동안 전셋집을 전전했고, 차관 때에도 흑석동 산동네에서 전세를 살았다. 사적인 용무로 사용한 전화요금은 사비로 내고, 유엔사무총장 당선 후에도 장관 판공비를 줄이기 위해 공관에서 대부분 손님들의 식사대접을 치렀다고 한다.

다섯째는 겸손한 자세이다.

그는 상사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지만 후배 직원들에게는 언제나 존경받는 상사였다. 아무리 어린 직원을 면담해도 친절하게 문까지 배웅해주었고, 후배들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호통을 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도록 차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반기문의 리더십은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에 속한다.

조용한 가운데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추진력으로 일에 매진하면서도 늘 상대를 배려하는 반 총장의 외유내강 형 리더십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본받아야 할 살아 있는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반기문 총장의 연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울러 충북 출신인 반 총장이 재선기간 동안에도 인류평화를 향한 그의 행보가 더욱 빛을 발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기를 축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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