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시비의 중심에 섰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결국 대전으로 입지가 선정 되었다. 따라서 대전이 거점지역으로, 청원이 기능지구로 편입되어 충청 지역이 호기를 맞았다.

과학벨트의 건설은 정부 예산만 5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대기업 이전과 함께 정주인원 증가, 고용 확대를 통한 실업률 감소, 세수 확대를 통한 지방 재정 확충, 다양한 산업부문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단지로서 유관 산업의 생산유발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벨트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추산할 수는 없다.

경제성 요인의 핵심인 고용이 확대돼 지역 내 생산과 부가가치 창출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보면 지역의 대응 전략에 따라 과실의 차이는 크다.

역사는 수레바퀴와 같으니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억해보자.

108개국과 33개 국제기구를 포함하여 내방객이 1,400만명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전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전엑스포가 세계박람회를 유치 할 수 있었던 단초는 무엇일까.

그것은 35년 전에 건설된 대덕연구단지이다.

당시에는 충남 대덕군 소재였지만 대덕연구단지 건설로 인한 지역 경제 가치가 급상승하게 된다.

대전시는 유성과 대덕을 통합하면서 광역시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대전엑스포는 대덕연구단지가 단

초가 된 세계적인 행사가 되었고 대전엑스포는 대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결국 과학벨트까지 안착하게 하는 기틀이 된 것이다.

만약에 지난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가 대덕이 아닌 청원에 위치했다면 청원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실제로 연구단지 후보지 3곳의 하나가 충북 청원이었으니 두 지역의 미래가 1970년대에 바뀐 것이다.

이제 미래를 보자. 수도권을 본다면 대전지역의 발전이 곧 청주·청원의 발전이다. 일부에선 수도권의 파워가 워낙 크다보니 청주가 수도권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수도권 전철이 천안을 지나니 천안이 수도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천안에 수도권 전철이 들어와서 천안이 발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천안 경제가 커지니 수도권 전철이 등장한 것이다. 청주권 경제가 커지면 천안에서 연결하는 수도권 전철은 당연히 연결된다. 그러나 청주·청원은 수도권이 아닌 충청권을 형성해야 한다. 대전과 충남, 충북을 포함한 충청권이 수도권에 뒤질 것이 없다.

미래가 지속적으로 수도권을 주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과 녹지가 미래의 해답이라면 회색도시인 서울보다 녹색도시가 가능한 충청권이 훨씬 유리하다.

지역의 대응 전략에 따라 과학벨트는 충청권 성장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지난 1970년대 대전과 청원의 미래가 바뀐 것과 같이 또 한 번 우리 지역 미래의 명암이 결정될 것이다.

특히 과학벨트 조성 방법은 작게, 그리고 파급 효과는 크고, 장기적으로 잡았으면 좋겠다. 최근 광역경제권 사업계획이 후끈 달아올랐었지만 대한민국 경제에 파급을 줄 수 있는 개발 규모가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거 경부고속도로 건설 외에 여타 국책 사업들은 그 지역 발전 수준에 머무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세계박람회가 대전에서 개최되었지만 대전의 발전과 달리 인근에 있는 충북 청원의 발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활발한 울산광역시도 그 지역 외에는 지대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학벨트의 거점지구가 대전에 위치하고 기능지구가 오송, 오창에 위치하므로 대전, 청주, 청원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학벨트가 대전을 중심으로 50킬로미터 외부 지역까지 발전적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즉 과학벨트 거점지구, 기능지구 중심의 발전 전략과 그 지역의 대응 전략이 발전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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