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80대 할아버지에게 막말을 퍼부은 20대 남자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80대 웃어른이 지하철에서 꼰 다리 좀 치워달라고 말하고, 손짓을 했다고, 20대 남자에게 대낮에, 그것도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욕설과 폭언을 당한 것이다.

지하철에서 할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붓는 20대 막말남의 동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모두 분노의 혀를 찼다.

'지하철 막말남'을 공개 수배하여 빠른 시일 내에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점잖으신 두 노부부의 자녀 혹은 가족이 이 동영상을 보았다면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이런 청년을 그냥 놔두면 공공사회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인터넷 아고라에는 '지하철 막말 청년의 처벌을 간절히 희망한다'는 10만 명 청원의 글이 올라오자 3일 만에 3만5천여 명이 서명에 동참할 정도로 뜨겁다.

'세상 무서운 걸 가르쳐야 한다.'

'막말남을 아프리카 밀림의 사자 무리 가운데에 떨어뜨리고 싶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질 의무라도 있죠! 저런 놈은 쓰레기 봉지가 아까워서 못 버리겠네요."

"나라가 이따위인데 외규장각 도서 반환이니,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니, 이런 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재산가의 아비를 죽인 금수', '학교 선생님을 폭행한 금수', '전철 안에서 노인에게 욕하는 금수', '자기자식 예쁘다 하는데 페트병으로 노인을 폭행하는 금수' 등.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IMF 이후의 달라진 풍속도로 해석했다.

무너져가는 학교 시스템, 젊은이들의 자살, 취업공포, 막막한 생계와 아비규환의 사회를 보면서 자란 젊은이가 원인을 제공한 기성층에 대한 화풀이 행각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어떤 아줌마가 10대 소녀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흥분하는 영상도 나왔고, 제자가 선생님을 때리는 영상물도 나돌았다. 이 역시 계층 간의 갈등 속에서 표출된 불만들이 폭언과 폭행 형태로 뿜어져 나오는 막장사회의 결과라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는 아직도 유럽인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웃어른을 공경하는 효(孝)의 문화가 대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20대의 막말남의 동영상이 화제가 되는 것도 이의 범주에서 일탈한 상태가 심각한 사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컴퓨터 시대의 도래로 아이들이 경쟁의 사회로 내몰리다보니 잘못된 교육과 잘못된 사회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도를 넘는 패륜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공동체의 사회이다. 막말남이 판치는 사회가 아닌 것이다.

공동체 사회가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려면 도덕이라는 규범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아무리 무한경쟁에 시달린다고 해도 도덕적 기반이 무너지고 막말남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온상이 조성되면 그러한 사회는 밝은 사회를 지향할 수 없다.

밝은 사회는 남을 배려하는 사회다.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안겨주고, 상대를 배려하며, 상대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회인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한 자세로 대하고, 상대를 격려하며,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이다.

법 보다는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진정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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