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나는 소방공무원들을 가장 존경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숭고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불이 나면 다른 사람들은 불길 속에서 뛰쳐나오지만 그들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생명을 구하기 위한 그들의 손길처럼 고귀한 것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소방관이 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소방관이 되는 절차도 몇 년 동안의 소방학교를 거쳐야 하고, 일곱 번 이상의 신원조회를 거쳐야 임명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도 대단하다. 연봉도 미국 직업 내에서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90년대 초반에 상영된 영화 '분노의 역류'는 미국 소방관의 사랑과 애환을 다룬 영화로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방관의 애환을 다룬 영화는 두 편이나 상영됐다.

'싸이렌'은 119구조대를 소재로 다뤘고, 2000년에 방영된 영화 '리베라메'는 '분노의 역류' 못지않게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 소방관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7월6일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민원참여-자유토론방에 '소방방재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그동안 소방은 선배들의 자발적 헌신과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조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소방발전의 탑은 공동의 조직 가치를 팔아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몇몇 간부들과 현 청장으로 인하여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으며, 현 소방방재청의 조직문화는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으며, 누구도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느낄 수 없는 삭막한 지옥으로 변한지 오래다.

지역연고에 영혼을 판 몇몇 청장 선전요원들이 청장의 정책이 잘못 진행되고 있음에도 청장 우상화에 가까운 용비어천가를 불러재끼고 있다."

현직 소방서장인 류충 충북 음성소방서장이 소방방재청의 정책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현직 소방관들도 이에 가세했다.

실명과 직책을 내걸고 공개 비판에 나선 류충 음성소방서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휘관 신분으로 '공식 건의' 대신 '공개비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건의조차 불가능한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중국의 명조 말엽에 재상에 올랐던 여신오(呂新吾)는 그의 저서 신음어(呻吟語)를 통해 지금의 장관인 재상을 6등급으로 나눴다.

그 중 가장 하급인 6급은 야망에 불타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파괴적 인물로 지위를 남용해 능력 있는 사람을 배척하면서 국민을 괴롭히고 국가에 해를 끼치는 부류라고 했다.

청장을 비판하는 글로 문제가 되자 사표까지 서슴없이 던진 류충 서장도 현 청장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특정지역, 특정간부 출신들과 작당하여 정실인사로 소방조직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리고, 소방청 내의 조직문화는 서로 불신하고 증오하는 극도의 조작된 갈등구조 때문에 행복한 소방조직의 모습은 옛날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지금 청장은 오직 화재와의 전쟁으로 국민을 우롱한 채 좀 더 큰 배를 갈아타려는 개인적 욕심에 혈안이 되어 있다."

소방방재청장에게서 하급 재상의 환영(幻影)이 오버랩이 되고 있다면 지나친 폄하(貶下)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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