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축구선수 차두리의 '간 때문이야' CF 광고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어색하면서도 코믹한 표정에 춤까지 추는 이 광고가 인기를 끌자 '간 때문이야 거꾸로 듣기'가 유행하고 패러디 버전까지 등장했다.

해외에서도 이 광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

광고에 힘입어 우루사를 주문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약국에 들어선 사람이 '간 때문이야'를 외치면 약사가 알아서 '우루사'를 준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나돈다. 덕분에 대웅제약은 이 광고로 매출이 160%나 급증했다고 한다.

의약품 광고는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된다. 일부에서는 의약품 슈퍼 판매 논쟁이 의약품 광고시장 확대 논쟁으로 이어진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기도 한다.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두고 광고시장의 불황을 해소하기 위한 높으신 분의 배려(?)라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언론방송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한 집권여당이 의약품 광고시장을 확대해 종합편성채널을 준비 중인 언론사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의약품 광고는 약의 오남용으로 이어지고 지나친 과당광고는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부정적 측면은 또 있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지난 50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피로회복제'라는 웃지 못 할 신조어(?)를 만들었다.

피로를 해소해야 할 판국에 피로를 회복하자(?)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다.

간은 우리 몸의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간이 제 기능을 하는 덕분에 우리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피로는 쉽게 몰려온다. 이럴 땐 사실 쉬는 게 최고다.

(사)성공자치연구소 박승원 교수는 '아침을 여는 1분 독서' 글을 통해 최근의 "간 때문이야" 광고에 대해 이색적인 해석을 했다.

그는 자장면보다 간자장이 더 비싼 이유를 "간 때문이야"라고 익살스럽게 해석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리 만든 장을 면에 얹어주는 자장면보다 주문을 받은 후에 장을 그릇에 담아 따로 내놓는 간자장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슴도치들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이유 역시 '간(間)'을 잘 조절하는 데에서 찾고 있다. 즉 서로 찔리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어야 하며, 너무 달라붙어 반대로 간(間)이 너무 넓어도 사랑을 나눌 수 없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간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자나 자녀, 친구도 내 가까이에 묶어두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이(間)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도 '간'을 잘 맞추어야 하듯 세상사 모든 일은 '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나의 가치와 맛이 달라진다.

필자는 "간 때문이야"라고 부정적으로 외치는 차두리의 광고 자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피로를 풀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간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 간의 고마움도 모르고 마치 간이 잘못이라도 한양 "간 때문이야"를 외치는 차두리는 왠지 부정의 화신처럼 보인다.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차두리의 간이 "간 때문이야"라고 외치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기분나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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