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1995년 민선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어느덧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전국의 228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자타가 인정할 만큼 지방자치를 잘 이끈 단체장을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성과를 이룬 단체장들은 있게 마련이다.

필자는 지난 2009년부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CEO'라는 책자를 통해 성공한 자치단체장들을 해마다 5명씩 엄선하여 이들의 성공사례들을 소개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이의 배경에는 지방행정 현장을 직접 취재했던 기자로서, 지방행정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만학도로서,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연구소장으로서 한국의 지방자치가 한 단계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과 소명의식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이 중 몇몇 분들을 소개한다면 먼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선에 성공한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다. 황 군수는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낙후된 강진을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이다.

황 군수의 취임 이후 강진군은 지역공무원들이 변하고, 출산율이 전국 1위로 높아졌으며, 가난한 지역의 대명사였던 강진은 전국 최고의 스포츠 메카로 바뀌어 전국 각지에서 전지훈련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천연자원, 관광자원, 산업자원이 없는 3무의 고장 함평에서 나비축제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지역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단체장이다.

PD 출신인 그는 나비축제를 통해 '함평' 하면 '나비', '나비' 하면 '함평'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축제를 성공시킨 단체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3선 단체장 금지규정에 묶여 더 이상 단체장도 출마하지 못했다.

엄태영 전 제천시장이 8년간 단체장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제천시는 외부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단체장이 된 이후 제천은 '건달의 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제천 한방바이오엑스포 행사를 멋지게 치르면서 지금 제천은 한방의 도시로, 국제음악영화제를 개최하는 '문화의 도시'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전 현직 단체장들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중앙정치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중 황주홍 군수는 현역 국회의원의 견제설이 나돌면서 최근까지 경찰의 내사와 수사를 여러 차례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 자자하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3선 금지규정에 묶이는 바람에 더 이상 단체장에 출마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중앙정치에도 뛰어들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엄태영 전 제천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혹여나 3선 도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전례에서 드러나듯, 지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었다.

흔히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험장이라고 한다. 그만큼 정치의 가장 기본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공간이 지방자치이다.

지방자치를 통해 검증된 우수단체장들에게 공천권을 우선적으로 주는 제도를 시행하면 어떨까?

바닥민심과 호흡하며 지방자치를 통해 검증된 단체장들이 중앙정치 무대로 나설수록 중앙정치의 질도 높아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미국은 그런 면에서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우수단체장들에게 공천권을 우대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한국의 지방자치 발전에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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