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흔히 매력적인 사람은 지적이고, 관대하고, 성격도 좋을 것으로 착각한다.

반면에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은 둔하고, 이기적이고, 성격도 왠지 나쁠 것이라고 착각한다.

신체적 매력이 개인의 다른 인상 평가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컬어 후광 효과(Halo Effect) 라고 표현한다.

심리학 용어인 후광효과는 이처럼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그 대상의 어느 한 측면의 특질이 다른 특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 평가하기 어려운 것들을 추론하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어림법칙(rule of thumb)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사람들은 실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들으면 나머지 모호한 특징들은 거기에 귀착시키려는 습성이 있다.

면접자는 지원자의 출신학교와 학위 등의 정보를 들으면 이를 토대로 지원자의 개인적 매너나 질문에 대한 답변 수준 등을 미리 예단하려 한다.

가령 서울대 출신이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다면 지적 수준이 최상이니 도덕적 수준도 최상일 것으로 믿으려 한다는 것이다.

후광 효과는 통상 발산 효과와 대비 효과로 나눠진다.

매력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 평가가 높아지면 발산효과가 된다. 그러나 대비효과가 나타나면 오히려 나의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

정계에서 후광효과가 큰 대표적 인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손꼽힌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기라도 하듯 지난 6·2지방선거를 비롯하여 각종 선거 때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자들에게 엄청난 후광효과를 제공했다.

실제로 당시에 출마했던 민주당 후보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활용해 재미를 짭짤하게 본 사람들도 많았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후광효과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정기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매우 적합하다'는 응답이 65.1%로 나타나는 등 오랜 기간 대선주자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7·4 전당대회 이후 친박 세력이 한나라당의 주류로 등극하면서 박근혜의 후광효과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만 들고 다니면 돈이나 조직이 없어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근혜 마케팅이 영남권에서는 최소 10년은 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녀의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정치인들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송광호(제천 단양) 국회의원이 지역구 행사장에서 박근혜 후광효과를 노리다 웃음거리가 됐다는 보도다.

송 의원은 지난달 30일 박달재수련원에서 열린 전국바둑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본인 대신 제천 바둑대회에 내려가서 축하해주라고 해서 참석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어안을 벙벙케 했다고 한다.

잘못된 후광효과는 대비효과라는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후광효과를 기대하다 웃음거리가 되기보다는 제 목소리를 분명히 낼 줄 아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후광효과에 비중을 높게 둔다는 것은 결국은 자신은 상품가치가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내 영혼을 팔정도라면 유권자의 영혼도 팔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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