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GL인베스트먼트 대표

장마와 국지성 폭우로 온나라가 물난리와 산사태를 겪고난 후, 수해 복구노력과 후유증 치료에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의 마음을 모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요즈음, 폭우 뒤에 치솟는 농수산물 물가를 포함한 각종 생활물가의 급등이 많은 국민들을 더 큰 시름에 잠기게 만들고 있다.

이미 필자는 몇차례에 걸쳐 생활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고충이 거창한 공약 사업보다도 오히려 향후 민심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을 누차 언급한 바 있다.

정부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최초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에 나서는 등 고육지책을 다 쓰고는 있지만 농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에 기인했던 물가상승은 가공식품,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부문으로까지 번져가면서 급기야 총수요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악순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하여 4.7% 상승하여 올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3월과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2008년 10월의 4.8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2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서민들 체감경기의 출발점인 농산물 물가에 있어서는 지난달에 폭우 등 이상기후로 배추, 무의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이번 달에도 배추, 무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추는 계속된 장마와 집중호우로 작황이 나빠져 지난 7월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이 상품 10kg당 5천650원으로 올해 6월이나 평년 7월보다는 각각 157%, 33% 나 높았다.

무는 18kg당 8월 평균 도매가격이 2만5천∼3만원으로 작년 8월보다 25% 이상, 평년보다는 2배 이상이나 높은 수준이다.

물가당국이 이달 초부터 오는 9월말까지 배추와 무에 대해 할당관세를 부여하여 관세없이 수입키로 함에 따라 향후 가격안정 효과가 기대되기는 하지만, 한번 고삐가 풀린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인상 압력은 계속되고 가계의 물가부담도 더 커질 것은 뻔히 예상된다.

여기에다 몇차례 언급한 바 있듯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가장 큰 유류 가격에 있어 서울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이 2천28.44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환율 하락세 속에 잦아드는 듯했던 유류세 인하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기름값은 정유사들의 단계적 가격 인상에 국제 유가 상승세가 겹쳐 한동안 더 오를 것으로 보여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통한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선은 돼야 유류세 인하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기름값 인상에 따른 연쇄적인 물가상승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류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최근 낙농 농가들의 원유 공급 거부 파동의 결과만 되짚어 보아도 금방 예측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낙농가들의 원유 공급 거부 당시,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1L 흰 우유 한 팩의 소비자가격 상승률은 낙농가들이 공급하는 원유 값 상승률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외부 환경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조치나 규제수단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물가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은 자명해 보이므로, 물가당국은 서민들이 생활 속에서 가장 가깝게 느끼는 농수산물 물가에 있어 고랭지 채소 출하시기 조정 등을 통한 농산물 수급 안정과 추석수요 급증 등 단기적인 불안요인에 대응하는 한편, 유통구조 개선 및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 등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물가안정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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