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세월이 흐를수록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캐나다는 건물 밖 1m까지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담배 한 값에 한화로 1만원 이상 하기 때문에 돈 없으면 담배도 못 피운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인내력이 부족하고 조직에 해가 된다며 취업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회사도 있다.

한국도 금연 운동이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의 흡연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에게 담배는 쾌락이고 위안이며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평생을 담배와 함께 살아온 사람에게 "건강에 해로우니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끊기 위해 노력하고 고생하며 고통 받느니 차라리 죽을 때까지 담배를 피우겠다"고 말하거나 "담배 피우는 낙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느냐"며 담배예찬을 하는 사람도 있다.

<뉴스위크> 기자가 실존주의 작가 사르트르에게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사는 것과 담배 피우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담배는 나의 지적 자양분"이라고 했고 장 콕도는 "힘 있는 마력"이라며 담배 연기 자욱한 공간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펼쳤다.

시인 발레리는 하루에 담배 60개비씩 피웠으며 피카소의 작품 배후에도 늘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식후에 한 번씩, 하루에 3개비를 피우면서 담배를 사랑한 성직자로 기록되었다.

한국에서는 공초 오상순이 애연가였고 코미디언 이주일은 평생 담배를 즐기다 폐암으로 사망했다.

이와는 반대로 담배를 지독히 저주한 사람도 있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니코틴의 향락은 100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학 파탄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비판하였다.

담배 그 자체가 실존이었던 사르트르와는 정 반대의 생각이었다.

히틀러는 "담배란 백인이 독한 술을 준 데 대한 인디언의 복수"라며 인류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무솔리니 외에 그 누구도 자신의 면전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제임스 1세, 루이 14세, 나폴레옹도 담배에 지독한 반감을 가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폭군들이 담배를 싫어 했는데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이들 폭군에 대한 반항의 한 표현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담배와 관련된 말들도 쏟아졌다. 이름하여 언중유연(言中有煙)이다. 임어당은 "파이프 담배는 철학자의 입술로부터 예지를 이끌어내고, 우매한 자의 입을 닫게 한다.

파이프는 명상적이며, 생각이 깊고 인자하며 허위 없는 청담(淸談)을 조성한다"고 했다. 또 <철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인간이 담배를 피우는 근원적인 이유는 젖으로 양육되던 시기에 어머니의 젖꼭지를 빨던 습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며, 폴 발레리는 "로마인들이 몰랐던 유일한 쾌락이 담배였다"고 했다.

이와함께 오스카 와일드는 "담배는 완벽한 기쁨의 완전한 형태다. 그지없이 맛있지만 사람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법은 없다"라며 이 얇고 하얀 애인에 대한 연서를 남겼다.

담배의 거침없는 유혹은 시공을 초월하고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 은연중 담배 피우는 장면을 미화시키거나 지능화된 마케팅 기법도 동원된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며 각종 규제가 잇따르고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판매를 위한 전략회의는 계속되고 있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스크린을 통해 얇고 가는 담배를 매혹적으로 피우곤 했는데 미국의 담배 재벌인 브라운 앤 윌리엄슨으로부터 50만 달러를 받고 의도적으로 한 상술이었다.

깨알보다도 작은 담배 씨앗이 문명사회로 건너오면서 신대륙에게는 구원의 씨앗이 되고, 전장에서는 총알보다 더 유익한 무기가 되었다.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영감과 멋과 문화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담배를 지나치게 맹신한 사람에게는 죽음의 재가 되기도 했으니 담배는 단순한 니코친을 전하는 것을 넘어 세상의 이야기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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