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 문 섭 〈논설위원〉

"당신 직업이 뭐죠?"
"회사를 사들이지."
"어떤 회사요?"
"재정적으로 어려운 회사들."
"헐값으로 사들이겠군요."
"이번에 사들이는 회사는 10억 달러짜리야."

허리우드의 꿈과 이상을 담은 영화, 귀여운 여인들(Pretty woman)에서 주인공 리처드기어와 줄리아로버츠가 주고받는 대화의 한 장면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에 저런 직업도 있나?" 하면서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인수합병을 뜻하는 M&A(mergers and acquisitions)는 기업을 사고파는 것이다.

'인수'는 하나의 기업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얻는 것이고, '합병'은 둘 이상의 기업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지는 것이다.

사는 측은 합병과 인수라는 전략적 방법을 사용하지만, 파는 측은 사업 분할을 위한 매각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M&A에는 기업이나 경영진의 동의를 받아 추진하는 우호적 M&A가 있고,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개매수 등을 통해 탈취하다시피 하는 적대적 M&A도 있다.

Pretty woman에 등장했던 주인공 리처드기어도 대형 선박기업을 적대적 공개매수 형태로 사들인 뒤 조각 조각내어 되팔아 많은 이윤을 내려했지만 나중에는 기업을 회생시키는 쪽으로 선회하는 극적 장면을 연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IMF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M&A가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현대 기아차의 인수합병이다. 기아차는 그대로 있지만 실질적 주인은 현대차로 바뀐 것이다.

기업이 인수합병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기간에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영업망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도 향후 모바일 업계의 흐름이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긴밀한 융합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 합병한 것은 애플과의 전쟁에서 원군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내린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간 몸집 불리기 경쟁은 그들만의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국내 주력업종에 더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여하튼 해외기업들의 잇단 대형 인수·합병으로 국내 주력업종이 위협에 직면하는 IT업계의 지각변동은 시작됐다.

아이팟으로 음반업계를 평정한 애플이 아이폰으로 휴대폰 업종을 재편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학계에 통섭(統攝)의 학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갈라지기만 하던 학문이 분화를 멈추고 통합ㆍ융합ㆍ통섭의 길로 가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에서도 영토를 확장하는 생태계 확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거나 더 큰 생태계로 들어가려는 절박한 기업환경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구글과 모토로라의 대형 M&A도 새로운 생태계 확보 전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세간의 이목을 받는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112조로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한다. 범위를 더 넓혀 삼성그룹과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수백만 명, 결국은 대한민국 전체가 삼성전자와 운명을 같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삼성은 지금 정부로부터 동반성장의 압박을 받고 있고, 밖으로부터는 M&A로 인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으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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