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법체계의 선진성이 중심 체계를 이룬 민주 공화제 국가로서 최초이면서 최고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500년동안 지중해, 유럽 중북부, 서아시아, 아프리카의 거대제국을 지배한 국가이다.

비록 역진세(逆進稅)로 인한 낮은 생산성과 게르만족 침입으로 멸망하지만 그리스의 공화정은 세계사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스시대가 가고 중세가 도래 하면서 봉건제와 기독교가 성장하고 종교적 기반위에 이슬람제국이 왕성했지만 십자군 전쟁으로 쇠퇴하면서 지중해 시대는 마감하게 된다.

이후 봉건제에서 인간중심적 사유 중시 사회로 변화하면서 자유로운 학문의 세계가 펼쳐진다.

종교 중심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지고, 과학 중심의 사회가 인정되면서 근대과학이 탄생하게 된다.

르네상스시대로 불리었던 이 시기는 바다를 지배한 포르투칼, 스페인이 부상했다.

이후 산업혁명과 함께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이 세계 역사의 중심에 서고자 노력하지만 1,·2차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미국이 패권을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인류 역사의 중심에 섰던 그리스, 로마, 이슬람국가, 포르투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이 공교롭게도 국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 시대를 열었던 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은 부도사태를 겪고있고, 이들 위기로 프랑스, 영국, 독일까지 영향을 받고있다.

특히 영국은 이미 작년에 실물경제 부진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은행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커졌으며 최근에는 실업문제로 맨체스터에서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페레스토레이카 선언 이후 혼란이 가중되면서 소련이 붕괴되고 실물경제가 바닥이다.

최근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이 재정위기에서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감세 정책, 2008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지만 이는 서민 복지 정책의 실패로 빚어진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세계 역사를 지배했던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은 경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연구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 한다.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은 잘못된 정책이고 이러한 배경에는 비과학적인 정치적 결정에 기인한다.

최근 국내 금융질서를 흔드는 사건 중 하나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 놓은 정책이 이른 바 '저축은행 특별법'으로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법안이다. 지금 한국은 유럽과 미국의 위기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고, 경제 근간인 기업 활동의 애로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예로 며칠 전 국내주가가 곤두박질치는데 원화 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주가를 떨어뜨린 달러는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그만큼 올라야 할 원화 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기업은 이중으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온 나라가 너무 혼란하다. 정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비판하고, 정유사에게는 피눈물을 운운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반값등록금 얘기가 터지면서 400여개 대학과도 전쟁 중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망국적 도발을 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 국방장관을 초대하여 전투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혼란기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모교를 방문하여 후배들에게 당부한 한 마디는 "세계를 가슴에 품은 인재가 돼 달라. 청소년은 창의력을 키워야 하고, 가슴에 대의를 품고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 총장께서는 작은국가를 경영하면서 아귀다툼만 하는 소인배가 되지 말고, 세계를 바라보고 대의를 갖고 큰일을 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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