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마쓰시다 그룹의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일본에서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신화적 존재였다.

이 때문에 일본의 어머니들은 아들을 낳으면 "고노스케를 닮으라"고 훈계했고, 경영자들 사이에는 '마쓰시다주의'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루는 그의 90회 생일날 기자들이 찾아와 성공비결을 물어보았다.

"회장님은 어떻게 해서 큰 부자가 되었고, 전 국민의 존경을 받게 되었습니까?"

"저는 3가지 은혜를 받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그가 말한 3가지 은혜는 <가난한 것, 허약한 것, 못 배운 것>이었다.

가난했기에 평생을 부지런히 일해야 했고, 몸이 허약했기에 90살이 넘도록 겨울에도 냉수마찰을 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했기 때문에 세상사람 모두를 스승으로 여기며 배우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답변이었다.

불행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하늘이 내려준 은혜로 여기며 긍정적으로 살아왔기에 그는 마쓰시다 그룹을 종업원 13만 명의 세계 20위 다국적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고노스케 회장이 85세 때인 1979년 일본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국가이념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인재를 육성하자는 뜻에서 정경숙(政經塾)을 설립한다.

사재 70억 엔과 기업 헌금 50억 엔을 토대로 시작한 정경숙은 해마다 6명 정도의 숙생을 선발해 기숙사에서 3년간 배우게 한다.

마쓰시다 정경숙의 교육목표는 2가지다.

첫째는 인간을 만들고, 둘째는 이들이 뜻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정경숙의 교육은 기본 철학을 가르치고, 일본과 세계에 공헌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업료도 무료인데다 숙생에겐 매달 20만 엔의 연구자금까지 지급하기에 지원생들이 해마다 200명씩 몰린다고 한다.

정경숙에는 상근 강사가 없다.

초등학교 4학년 학력이 전부인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이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깨우쳐 성공했듯이 스스로 익혀 깨우치게 한다는 '자수자득(自修自得)'의 교육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생들은 교육과정을 생각해 강사를 알아서 초빙하고, 직접 현장을 다니며 배운다. 1년차 숙생들은 24시간 동안 100㎞ 행군도 감행한다.

지금까지 정경숙을 졸업한 숙생은 모두 250명, 이들은 정계와 경제계, 교육, 미디어 등 일본사회의 각 분야에 진출하여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인은 중의원, 참의원, 단체장, 지방의원을 합쳐 80여 명이나 되는데 이번에 1기생 출신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까지 배출한 것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위대 공수대원의 장남으로 태어난 노다 총리는 가정교사, 도시가스 점검원 등을 하며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생 시절 장래희망이 언론이었던 그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곧바로 마쓰시타가 운영하는 정경숙에 1기생으로 입소했다.

그리고 고향 지바현의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93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번에 정경숙 출신의 첫 총리로 탄생되면서 마쓰시다의 정경숙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21세기는 인재 1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한다.

인재양성의 요람인 일본의 정경숙이 새삼 부럽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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