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LG인베스트먼트 대표

추석 연휴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은 채 일상에 복귀하려니 매우 힘든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연장근무, 잔업으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격려와 이와는 정반대로 구직을 하지 못해 빈손으로 고향에 찾아뵙기가 민망하여 귀향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의 모습이다.

필자는 얼마 전 한 컨설팅 업체가 주관하는 청년 창업자 지원 포럼에 연사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웬만한 사람들이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을 일요일 오후 시간에 개최하는 행사인데도 행사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많은 젊은이들의 창업과 도전 열기로 가득하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포럼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업계획 발표나 비즈니스 모델 설명 또는 각종 지원대책에 대한 설명 등 정형화되고 형식적인 이벤트만 있는 자리가 아니라, 현재 영위하고 있는 업무와의 연관성을 떠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공감의 자리, 젊은 감성의 나눔터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렇게 많은 젊은 창업자들을 휴일에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일까?

지난주 청년, 대학생 창업자들과 편안하게 맥주한잔 나누며 청년창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기탄없이 대화하는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맨주먹으로 일어서서 최고의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화제의 인물, 최고 젊은 창업가상 수상자, 20대부터 최고의 마케터로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고 청년들의 사업가 꿈을 함께 키워주는 포럼창립자 등 맹렬히 자신의 영역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젊은이들 여럿이 함께 모였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능력을 펼칠 "기회 자체의 부족"이었다. 예전에는 젊은이다운 열정과 패기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열정과 패기가 넘치고 준비된 능력이 있어도 막상 그 재능을 펼칠 장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요즈음의 젊은 창업자들은 예전보다 준비기간도 충분하고, 학교나 각종 교육기관, 컨설팅기관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여 전문지식을 보강하고 나름대로 시장분석과 마켓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하고 자기 아이템에 대한 시장반응 등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러한 철저한 준비가 무색하게도 꿈을 펼칠 장이 아예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해소나 고용촉진 등의 정책 수립에 있어 꼭 참고해야 할 시사점이다.

얼마전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대화에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조하는 장치와 예산이 3조원 가량이나 있으므로 1인 창업이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십수년씩 사회경험을 쌓고 자금력과 네크워크를 갖추고 출발해도 성공이 어려운 마당에 사회적 경험도 부족하고 네트워크와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아이템과 아이디어, 열정만 갖고 성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성공의 이면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청년창업의 실패 이후의 좌절과 절망, 그리고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 또한 어마어마한 것이다. 즉, 단순히 제도적 보조장치와 지원예산만으로 청년창업의 성공과 청년실업 해소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최근 런던에서 있던 젊은이들의 대규모 시위와 폭동, 이스라엘의 45만명 군중시위, 스페인 광장의 장기 천막농성 등 일련의 사태들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젊은 층의 사회적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보다 근본적인 "생태계"의 개선, 즉 대통령께서도 "대기업에 경쟁력있는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빼앗길까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지적했듯이, 청년 창업자들이 마음놓고 자신들의 강점을 펼칠 수 있는 장, 그들의 신선한 열정과 기술력을 마음놓고 펼치고 돈도 벌면서 성공의 노하우를 쌓아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판'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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