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여기저기서 꽃이 피었다가 지고, 온 산천이 신록으로 눈부시더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봄 꽃향기 그윽하던 그 자리에 또다시 붉은 노을과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소중한 꿈을 일구기 위해 하루하루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이 없고 무미건조한 획일적인 삶이 아닌, 새롭고 창의적이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만날 때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에너지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가정과 사회는 늘 신바람 나고 역동적인 힘이 넘치게 마련이다.

도시에 문화아지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강한 놀이와 문화, 건전한 소통의 중심이 문화아지트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축제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아니, 일 년 사계절 각양각색의 축제와 문화이벤트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축제의 현장을 찾는다.

그 속에는 각 지역의 고유문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곳만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멋과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고 예술의 향연에 심취할 수 있으며 낯선 세상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올 수 있어 좋다.

프랑스 니스카니발은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퍼레이드 축제다. 매년 2월에 열리는데 초창기에는 광장형 놀이문화인 야외 거리극 형태였으나 이후 가면무도회 양식이 도입되었고 현재는 거리극과 가면극이 혼용돼 운영되고 있다. 매회 새로운 테마를 정하는데 꽃과 빛의 하모니와 프랑스 장인들이 만든 수많은 인형들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비뇽페스티벌은 연극을 테마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다. 다양한 형태의 연극, 특히 사회적 담론이 담긴 작품이 많이 무대에 오르는데 모두 1천여팀이 참여한다.

벨기에 남서쪽에 위치한 뱅슈에서 매년 2월 열리는 뱅슈카니발은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를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옛 풍습을 잘 지켜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선정됐으며 남성 배우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밀랍 마스크와 전통 나막신을 신은 채 춤을 추며 악귀를 쫓는 게 인상적이다.

매년 9월에 열리는 스위스 취리히축제는 스포츠와 록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유럽의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제로 알려져 있으며, 8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에 스페인 발렌시아의 작은 마을 부뇰이라는 곳에서 열리는 토마토축제는 하루에 쓰는 토마토가 100톤이 넘을 정도로 세계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토마토를 활용해 난장판을 만들고 원 없이 즐기며 참여하는 축제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발레시아 불꽃축제도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해 오고 있는데 천여 개의 초대형 인형이 불꽃과 함께 태워지면서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이밖에도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클레식, 연극, 오페라, 무용, 시각예술 이 장을 펼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로 알려져 있으며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은 매년 여름 건립된 지 2천년이 넘은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전문페스티벌이다.

유럽에만 유명한 축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삿포르눈축제, 중국 하얼빈의 빙설제 등도 세계 곳곳이 축제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한국에도 80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세상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최근 청주성탈환축제를 개최한데 이어 세계 공예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낡고 오래된 옛 청주연초제조창, 거칠고 야성적인 콘크리트 건물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조화를 이룰 것이기에 세상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이번 행사가 청주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한국의 문화적 가치가 만방에 알리며 아트팩토리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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