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하죠"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하죠"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1.09.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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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촌 작은학교 희망만들기]① 日 아키타 산골학교의 기적 : 하치모리초등학교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학교 규모도 점점 소규모화되고 있다. 폐교가 증가하자 정부는 2009년 적정규모 학교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2012년까지 학교 통폐합 정책을 확대 실시한다는 것인데, 통폐합 대상목표 학교만 500개에 달한다. 획일적 통폐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됐다. 농산촌 전원학교 육성, 연중 돌봄 학교운영, 기숙형 공립고 설립, 방과후 학교활성화 등 농산촌 교육복지 지원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통폐합 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지속적으로 터져나왔다. 전통적으로 농업인구가 많은 충북지역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2년부터 2011년 3월까지 220개 학교가 통폐합됐고, 이 가운데 군지역 이하 농산촌 학교의 비율이 70.4%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같은 학교통폐합 사업이 오는 2016년까지 확대 추진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충북에서는 52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다. 작은학교에는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일까?

이 기획은 '작은학교에도 희망이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뜻 있는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적 실험을 벌이고, 마을 주민과 학부모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이른바 작은학교 단위의 교육공동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작은학교의 희망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진행됐다. 작은학교교육연대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작은학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일본 아키타현에서 불고 있는 교육혁명의 현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기획 첫머리에 이렇게 적는다. '작은학교에도 희망은 있다.'

아키타 산골학교의 기적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지난 2009년 2월 SBS스페셜을 통해서였다. 사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은 자그마한 산골마을 초등학교가 대도시 학교들을 제치고 일본 전국 학력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자 일본 열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교육 관계자들은 물론 방송을 접한 한국의 교육 관계자들이 아키타현을 주목하고 방문 일정도 줄을 이었다. 지금은 아키타현이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을 맡았던 이병헌과 김태희의 여행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때만 해도 관광지로는 이름이 없던 농촌지역이었다.

아키타현의 풍경은 충북의 군지역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쌀 맛이 좋아 정종이 유명하다는 아키타현의 농토는 누렇게 익은 벼이삭으로 곱게 물들어 있었다. 충북의 농촌처럼 높은 산도 많았다.

# 하치모리초등학교를 가다

첫 방문지는 아키타현 북서부에 위치한 핫포쵸교육위원회와 하치모리 초등학교였다. 2009년 학교 통폐합 이후 전국학력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던 곳이다. 핫포쵸 치바 료이치 교육장이 하치모리 초등학교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서쪽으로 일본해가 내려다보이는 하치모리초등학교 풍경은 그림처럼 예뻤다. 동쪽으로는 세계자연유산 시라까미산지로 등록된 후지사토마치가 있고 북쪽으로는 아오모리현에 접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 핫포쵸였다.


전체인구 8천656명 가운데 핫포쵸의 학생수는 570명. 인근 초등학교 가운데 하치모리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185명으로 가장 많다. 여느 농촌지역처럼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지난 2009년 4월 3개 학교가 통폐합됐다.

지금의 하치모리초등학교는 옛 하치모리초등학교와 간까이초등학교, 이와타테초등학교가 통합된 것으로 올해로 통합 3년째가 된다. 원활한 통합을 위해 학교마다 2명씩 선생님을 받았다고 하는데 모두 여섯개 학년 학급담임과 난청학급 담임, 3명의 교사들이 추가로 배치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장애학생을 위해 전담 교사와 전담 교실을 설치하고, 두명의 교사가 한 학급에 들어가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는 팀티칭 모습이었다.

# 복습노트와 팀 티칭의 효과

하치모리초등학교 아이들은 국어와 산수교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는데 그 비결은 복습노트와 팀 티칭에 있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노트를 철저하게 지도하고, 배운 내용을 복습노트로 작성하게 해서 사고력과 표현력을 길러줬다. 또 사실과 이유, 방법, 순서로 말하기와 글쓰기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배우기 그룹활동을 통해 저학년과 고학년이 멘토와 멘티가 됐고, 선생님들은 초등학교과 중학교 연계사업을 통해 연구수업 참관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또 교육위원회는 매월 모임을 통해 교육지원활동에 대해 논의했다.

팀 티칭은 학생들의 학력격차를 줄이는데 효과적인 학습방법으로 꼽힌다. 지도방향을 고정하지 않고 단원의 특성이나 난이도, 실태에 따라 두 명의 선생님이 역할분담을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특히 중학교 선생님이 초등학교에 출장수업을 하는 팀티칭 사업이 흥미로웠다.

아이들의 반복학습과 학년간 서로돕기, 교사들의 전문성을 살린 끊임없는 교육연구활동, 교육위원회의 지속적인 교육지원 노력이 산골학교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놀랍게 변화시킨 것이다.

# 서로를 격려하는 아이들

교실과 복도에는 학습 결과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고향 바로알기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마을의 학습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지역의 산과 바다, 강을 제대로 알아보는 현장학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치모리에서도 또 이후에 찾은 히가시나루세에서도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지역을 제대로 알아야 애향심이 생기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교육목표가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고향의 꿈을 개척하는 아이들'인 것에서도 하치모리초등학교의 교육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교육을 연계하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들을 혼합그룹(세로나누기반)으로 만들어 서로서로 돕고 격려하도록 하는 활동이 아이들의 인성발달과 학력향상을 도왔다. 5학년때는 숙박체험을, 6학년때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 이외에도 수시로 등산과 마을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마을은 학교수업 연장

마을은 학교의 연장이었다.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평지의 핫포쵸는 광산과 어업 마을로 유명한데 지금도 생선어장이 있고, 최근에는 시라까미산지 세계자연유산 등록으로 자연공존형 지역만들기 운동이 한창이라고 했다.

예전처럼 어업 종사자가 많지는 않지만 건설업, 자영업, 회사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학교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교육위원회와 학교, 학부모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학부모들은 교육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문제를 상담하기도 하며, 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교육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과 연계해 인격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교육장에게 전화를 걸라고 적힌 치바 료이치교육장의 명함을 전교생이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이들에게 교육장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친근한 모습이었다. 치바료이치 교육장은 자신에게 전송된 한 학부모의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학생과 보호자, 지역과 교육장의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 건강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간성을 길러주는 교육, 정확한 학력 정착과 스스로 배우는 학생, 사명감이 투철한 교직원 육성, 지역주민에게 신뢰받는 열린 학교 만들기가 하치모리 초등학교의 교육목표였다. 교육장도, 교장도 마을주민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적극 협력했다. 이들에게선 어떤 권위의식도, 학력신장만을 위한 주입식 교육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김정미

"언제든 연락하세요 24시간 OK"
치바 료이치 교육장

"언제든 괜찮으니까 문제가 발생하면 전화하세요"

핫포쵸 치바 료이치 교육장 명함에는 '24시간 OK'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교육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명함을 핫포쵸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대부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교육장과 고민을 상담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취재가 끝나고 하치모리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하고 나오다가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다.

식당 창문 밖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어 교육장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다. 한 두명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마치 동네 할아버지를 대하 듯 교육장과 친근한 모습이었다.

"교육장의 역할은 학교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죠. 기쁠 때는 필요 없어요. 슬플 때, 분할 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휴대폰만 3개라는 교육장이 학부모들에게 받은 감사 문자를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낮은 교육장실 문턱은 학교 교장실에도 영향을 주었다.

권위를 벗은 교육장과 교장, 교사들은 아이들의 교육파트너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른다고 꾸짖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주다보니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없고 방과후 보충수업도 없는데 학력이 전국 상위 그룹에 속한 비결은 무엇일까. 치바 료이치 교육장은 교사들의 태도와 지도방법에 그 해법이 있다고 강조한다.

"교사들에게 모든 아이들을 신중하고 정중하게 대하라고 합니다. 특히 국어와 산수 수업은 팀티칭 수업으로 두명의 정교사가 지도하는데 선생님들은 언제나 사명감을 갖고 정규수업에 충실합니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언제든지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부족한 부분을 물어볼 수 있어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교육 효과를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김정미


"신뢰 바탕된 교육환경 조성 중요"
사토우 미카코 교장

'바다와 같이, 파도와 같이, 바위와 같이'

하치모리 초등학교의 교훈이다. 교훈을 먼저 접해서 일까, 교실을 둘러보고 급식을 하며 만난 아이들은 명랑하고 순박해보였다. 사토우 미카코 교장에게 하치모리초등학교의 어린이상과 교사상에 대해 물었다.

"어린이상은 학급과 학년간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돕는 어린이, 자기 표현을 잘하는 지혜로운 어린이, 체력적으로 건강한 어린이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교사상은 아이들과 함게 배우고 놀고 성장하는 선생님, 신뢰를 받는 선생님, 끊임없이 자기연마를 하고 노력하는 선생님을 원하죠."

사토우 미카코 교장은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놀고 성장하는 선생님이라는 부분을 힘주어 말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뤄진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하치모리초등학교가 전국학력평가만을 위해 교육활동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치모리초등학교에서는 정규수업 이외에도 고향바로알기, 독서지도, 교육전문원(영어) ALT를 활용한 외국어 활동, 팀 티칭, 초·중학교 연계수업, 국제교양대학과의 제휴, 교육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위한 마을독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교육활동은 어디까지나 기초, 기본교육에 충실한 것이었다. 사토우 미카코 교장은 일제고사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나 아키타현 교육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과목별 테스트는 해당 과목과 단원에 대한 수준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시험이지 학교를 서열화하기 위한 목적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는 일제고사 성적을 학교나 개인별로 공개하지 않아요. 시험에 응시한 전체학교 가운데 몇 %구간에 해당되는지 그래프로만 확인할 수 있죠. 공개하면 오히려 학력 저하의 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학력은 가르치는 선생님, 배우고자 하는 학생의 의욕이 하나가 됐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학교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 가르치지 않아요. 학생, 보호자, 지역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정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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