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국정감사를 보면서 위기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틀림없이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위기를 말하는 행정 관료나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국정감사가 모두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허구(虛構)같다.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국민은 콕 찍기는 어렵지만 위기가 급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주변의 얼음이 다 녹고 있는데 내가 서있는 자리만 꽁꽁 얼기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세계 경제적 지배권을 가졌던 국가들이 재정위기와 실업문제로 파탄에 빠져들고 있다고 대서특필 되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질문도 없고, 답도 없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경제권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펀더멘털(국가경제기초체력)이 아무리 튼튼한들 독야청청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회의원이 비록 지역에서 선출하고 국내용이긴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암운이 드리워질 때는 글로벌 경제 속으로 국가 문제를 끌어들여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경제의 복병인 물가, 환율, 부채, 경상수지까지 동반 불안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국회의 대부분 상임위가 복지 문제만 집중 거론하고 있다.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감사하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아직도 정부나 국회가 아날로그로 생각하는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 보면 국회가 행정안전부를 감사하는 측면에서 국회의원의 자질이 우선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기획재정부의 감사에서는 재정건전성, 부채문제, 외환 보유안정성 등 재정위기 관리를 집중 분석하고 점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야 중진의원들은 내년 국회의원선거를 의식해서인지 모두 복지문제만 언급하고 만다.

수출, 환율, 물가를 점검해야 하는 지경부 국감에서도 정전 사태만을 집중 부각하여 지식경제부의 실정을 부각하고자 노력한다.

교육과학기술부 국감에서도 반값등록금을 띄웠지만 대안이 없다. 대학생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정부와 국회의 무능을 스스로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촌극을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등록금을 천정부지로 올린 대학이 있으면 어떤 제재를 가할 것인지 질의하고, 방안을 제시하면 되는 것인데 말만 무성하지 대안은 없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선출 방식이고, 포퓰리즘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라서 국가보다는 국민에게 선심을 펴는 것이 앞서기 때문에 제대로 국감을 할 수 없다면 국정감사의 권한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안철수 신드롬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을 대표할 사람이 정치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정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법치 국가로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주민의 의견을 대변할 대표자가 필요하므로 정치인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기능에 있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분리되어 있는 이유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정치조직의 원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삼권 분립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회의원의 기능 중 국감 기능을 제3세력에 넘길 수 있다.

전 세계의 매스컴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전하고 있는데 국회가 경제 문제를 등한시하는 것에서 충분히 국회의 기능이 무색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정치를 하지 않는 세력도 국감을 훌륭하게 치러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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