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의원

미국은 공동모금회, 적십자 등 사회복지단체에서 고액기부를 위한 제도를 운영한다. 이중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규모가 가장 크고 잘 운영되는 제도다.

1984년에 설립된 '토크빌 소사이어티(Tocqueville Society)'는 창립 당시 회원 20명에 기부금 총액은 2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금은 빌 게이츠를 비롯한 2만6천890명의 회원들이 연간 5천억 원을 기부한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다양한 행사와 시상을 통해 즐거운 기부문화를 확산하는데 주력한다.

고액 기부자들에겐 아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이름을 널리 홍보하며, 그 이전에 기부한 인사들과 교류의 기회도 제공한다. 우수 지회와 회원을 시상하여 고액기부자들에게 더 큰 동기도 부여하곤 한다.

덕분에 토크빌 소사이어티 멤버들은 미국사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에도 이와 같은 제도가 있다. 바로 '아너 소사이어티' 모임이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개인 돈을 1억 원 이상 실명(實名)으로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8년에 출범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건물 1층에 핸드 프린팅 동판을 걸고 회원증을 준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했지만 정기모임과 봉사활동을 1년에 한 차례 할 뿐 다른 혜택은 없다. 그럼에도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회원은 초기 6명에서 49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조선일보에서 이들의 면면을 취재한 내용을 인용해보자.

이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을 꾸리거나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은 '작은 부자'이었다. 특전사·해병대·학군단처럼 힘들고 긴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 많았다. 특별히 학력이 높지도 않아 40%가 고졸·중졸 또는 무학(無學)이었다. 점심으로 찌개·국수·백반을 먹고, 술은 소주에, 안주는 과일과 삼겹살을 즐겼다. 어린 시절을 어렵게 살았지만 커서는 부모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 자수성가형이었다. 처음 기부할 때는 대부분 1만~수십만 원을 냈지만 평균 18년쯤이 흐른 뒤에는 1억 원이 넘는 돈을 내놓고 있다.

재산을 모으는데도 오래 걸렸지만 기부도 하나의 습관이었음이 행간(行間)을 통해 읽혀진다.

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58.7세. 50대(16명)와 60대(14명)가 주축을 이루고 40대(8명)가 뒤를 이었다.

이들이 기부에 눈을 돌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나 혼자 사업을 이만큼 키운 게 아니다'라는 겸손한 마음과 '우리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현실 인식의 결과였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도 1984년 출발 당시에는 회원이 2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회원이 2만6천890명으로 늘어났다. 아너 소사이어티도 3년 전 회원 6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49명으로 여덟 배나 늘었다.

"돈 벌어 지 혼자 맛있는 거 사 묵는 데 급급해 인생이 그렇게 끝나면 얼마나 허망합니까? 회사 규모를 10억, 20억 불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없는 사람 손 붙들고 내가 가진 재물을 나눌 때 더 사는 맛이 납디다."

아너 소사이어티의 한 회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도 기부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돈이 있으면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donor(기부자)가 honor(존경받는 사람)가 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 나아간다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도 빠른 속도로 불어날 것이다. 이는 사회 구성원 모두와 특히 언론이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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