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 서정주는 1930년대를 회고, 『오장환의 시 「성벽」과 「헌사」가 나오자 시단에는 새로운 왕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모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한 바 있다.
 보은 회인 출신 오장환(1018~1948년 월북)의 작품은 80년대 후반기만 해도 좌우 이데올로기 파고에 휩쓸리면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박사논문 7편, 석사논문 18편, 평론 54편, 각종 단행본 20편이 나와 있는 등 활발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보은군은 2억여원을 투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은읍 이평리 3천여평 일대에 휴식과 산책 기능을 갖춘 배뜰공원 조성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문인과 본보(1월 5일자 9면)는 배뜰공원을 「오장환 문학공원」으로 명명, 시비와 흉상 등을 갖춘 문학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인들은 그 타당성으로 ▶오시인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고 ▶속리산 관광객이 보은읍을 찾을 수 있으며 ▶근처에 옥천~보은을 연결하는 내륙관광 순환도로가 개설되어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오 시인이 「향수」 정지용의 수제자이고, 회인에 생가가 있는 점등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보은군은 이같은 여론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 「계란으로 바위를 쳐봐라」는 식으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군은 『총사업비 14억원을 투자, 지용 탄생 1백주년인 오는 2002년까지 탄생지에「지용 문학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지용과 오장환의 문학적인 위상이 다소 다르더라도 보은군 입장에서 보면 옥천군에 선수를 빼앗김은 물론 물실호기한 셈이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만시지탄과 「뒷북 행정」이라는 말로 보은군의 굼뜬 행동을 지적하고 있다.
 길이 맞다면 「뒷북」이라도 쳐야 하는 것이 행정이 갖는 진정한 용기이다.
 오장환은 10살 때 회인을 떠나 경기도 안성군 읍내면과 서울에서 나머지 시절을 보냈다.
 보은군의 「꿈뜬 행정」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이효석 묘 파동에서 보듯 「오장환」이라는 문학적인 상품을 안성군에 빼앗길지 모른다.
 그의 대표작 「성벽」이 보은 삼년산성과 상이 자꾸 겹치는 것은 비단 지역 문인들의 마음만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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