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푼의 돈도 좋지만 사랑이 필요"

지원.방문자 뚝...어두운 그림자만

6.25전쟁으로 인한 고아 수용을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청주성화원은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넘었지만 수용인원과 수용대상자의 변화가 있었을 뿐 63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을 맞아 자신만을 의존한채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밝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옛날과는 달리 요즘 아동복지시설에는 불의의 사고로 양친을 잃어버린 고아보다는 일시적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자식을 버리거나 생활고로 인한 자신들의 이기심만 쫓아 어린애들을 맡겨오는 경우가 많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청주성화원(원장 권현숙)의 변윤석총무(46)는 IMF 이후 더욱 각박해진 세상살이 때문에 부모의 자식 사랑이 사라졌고 아직까지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시설은 지난 52년 기독교정신으로 아동복지법의 규정에 의해 수용아동을 양육, 자주 자립할 수 있는 생활능력을 길러 민주시민으로써 국가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물을 양성코자 설립된 이후 지난 57년 당시 보건사회부에 법인 설립을 하고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성화원을 비롯한 청주시내 각 아동복지시설에는 원하지 않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천애의 고아가 되어 수용되는 어린이는 불과 얼마 되지 않고 양친이 모두 살아있는데도 부모들의 이혼이나 하루하루 끼니 때우기 조차 힘든 영세민 자녀, 미혼모의 자녀 등 수용되는 어린이들이 줄지 않고 있다.
 요즘도 일부분이긴 하지만 부부가 이혼도 하기전에 서로에게 자식 양육을 떠밀다가 자식을 맡길 수 없느냐고 물어 오는 문의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와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을 아연실색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시내에는 모두 4개 아동복지시설에 4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고 현재 이들 시설에는 모두 3백50여명의 생활빈곤으로 인한 기아 혹은 고아가 수용돼 부모 등 가족의 정을 그리워 하며 보육교사들과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IMF사태가 터진 이후 생활고로 인해 아동복지시설에 수용되는 어린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이들을 찾는 온정의 손길은 줄어 들고 있다
 4일 방문한 청주성화원에는 총 67명의 원생들 가운데 10여명의 원생들이 가정의 달을 맞아 실시되는 효도방학으로 그나마 유일한 바깥 외출인 학교에 가지 못한채 보육교사들의 보살핌속에 끼리끼리 원내나 놀이터에 모여 놀고 있다.
 단정한 옷차림에 깔깔거리며 뛰노는 스스럼없는 인상이 여늬 어린이들과 달라보이진 않지만 「안녕하세요!」란 인사와 함께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한 원생의 얼굴 한구석엔 보일듯 말듯 외롭고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다.
 성화원 원생들에겐 정부방침에 따라 나이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1인당 1년에 80만3천7백60원이 지원되고 있으며 이 지원금 내에서 먹는 것, 입는 것 등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니 벅찬 일이다.
 『요즘 어린이들이 그러하듯 원생들도 입는 것 부터 메이커 등 반듯한 걸 걸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학교 등지에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티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표시가 나면 따돌림을 받으니까요.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요.』
 변총무는 『일률적으로 정해진 지원금으로 빠듯한 생활을 하지만 아이들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똑같은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모양 색을 띠고 있는 새옷을 사서 입혀 보낸다』며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몰라도 간혹이나마 후원해주는 사람들도 해마다 줄고 있는 형편이어서 더욱 살림살이가 궁색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일 어린이날에는 마침 인근 공군부대에서 성화원 원생들을 초청,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나들이를 가지만 그나마 이마저 없는 해는 원내에서 보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곳에 있는 어린이들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운영비를 쪼개 보내주는 학원도 다니며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을 마음 한켠에 묻은채 다가올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고, 현재도 믿음을 주지않고 있는 부모 등 사회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사회의 무관심이 너무 큰 실정이다.
 그나마 해마다 줄어들며 거의 끊긴 상태지만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아동복지시설의 어린이들에게 몇 푼의 돈으로 도움을 주는 것보다 따뜻한 사랑이 더 필요한 때다.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도 일년에 한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 이들 시설을 찾아 원생들과 사랑의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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