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논설위원〉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먹고 나온 사람이 불쾌한 일을 겪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밥값이 3만4천원이었는데 카드결재를 하자 가산금이 3천500원이 붙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김밥 집에서 카드결재수수료를 배달요금으로 처리한 것이었다.

소비자에게 카드수수료를 떠안겼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카드사는 수수료를 얼마나 책정하기에 대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았더니 6천 원짜리 음식을 먹으면 2.5%, 즉 150원의 카드수수료가 지불되고 있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수익은 카드사들이 박리다매로 알뜰하게 챙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많은 업소들이 대한민국 카드시스템의 부당성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음식업중앙회와 한국주유소협회에 이어 금융소비자협회도 신용카드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목청을 돋웠다.

한국의 신용카드 평균수수료율은 2.08%로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협회 측에 따르면 신용카드사가 지난해 가맹점에서 챙긴 수수료는 7조원인데 올해는 사상 최대치인 8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음식점, 주유소업계에서 시작된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는 다른 업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흥업 종사자들도 20일 '60만 명 공동 집회'를 개최하고 카드수수료의 강력한 인하를 촉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년 전부터 신용카드 가맹수수료 인하를 주장해왔다.

신용카드 소액결제와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은행권도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수수료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 여론이 따가워지자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최근 이 같은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마련, 조만간 금감원에 제출하고 은행연합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신용결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에 가맹점 수수료는 안정적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노다지 광맥이라 일컫는다.

연체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는 4백만 명의 신용불량자와 가족까지 합치면 전 국민의 20%나 되는 1천만 명이 빚에 쪼들리는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건만 와중에도 카드사들은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흑자행진을 계속하면서 어처구니없게도 우량금융기관 행세를 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전업카드사들은 수익률도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매우 높다.

이들이 이처럼 높은 수익과 흑자를 내는 구조도 가맹점 수수료에 있지만 흑자의 혜택은 대형가맹점과 대주주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보도다. 때문에 원가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유경쟁이라면 수수료를 내려 고객을 더 확보해야 맞고, 그렇다면 공정위가 나서야 할 일인데 관료의 문제로 귀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카드사의 담합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전당포식 금융서비스와 프라이빗뱅킹(PB), 스마트폰엔 자진 면제를 해주고 부과·변경은 은행 마음대로 하고, 국감 질타 다음날 수수료를 내리는 들쭉날쭉 대책을 내놓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서비스의 질이나 원가 계산보다 당국과 정치권의 향방에 따라 은행 수수료가 휘둘리고, 은행권조차 '수수료 문제는 관치를 넘어 정치'라는 푸념이 나오는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소비자들을 생각한다면 카드사 직결재망의 구축 등 수수료 인하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강도 높은 개혁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고스톱을 칠 때 제일 얄미운 사람이 고리를 뜯는 부류들이다. 서민들은 이래저래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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