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논설위원〉

한국이 자랑하는 지성과 미모의 스타 김태희가 일본의 한류 문을 두드렸다.

김태희는 지난 23일 후지TV를 통해 첫 방영된 '나와 스타의 99일'이라는 드라마에 주연배우로 출연해 열연한 결과 시청률 10.2%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후지TV도 취약 시간인 일요일 저녁 9시 방송 프로그램에 김태희가 출연하면서 모처럼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린 것에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김태희의 활약은 같은 시간대 후지TV와 경쟁사인 TBS의 드라마에서 일본 최고의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가 출연하는 '남극대륙'이라는 프로그램과 정면대결을 벌여 얻은 성적표여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태희가 출연한 '나와 스타의 99일'은 일본에 진출한 한류 여배우(김태희)와 그의 보디가드(니시지마 히데토시)간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김태희가 일본의 일부 우익단체들이 주도하는 드라마 퇴출 시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유인 즉 김태희가 지난 2005년 스위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당시 '독도 수호천사'로 위촉돼 독도 사랑 캠페인에 참여한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행위인지는 몰라도 첫날 방영된 드라마 내용 중 한 장면이 양국민의 감정을 곤두세웠다.

드라마 속에서 어린이 탤런트 두 명이 지구본을 두고 한국을 찾는 장면이었다.

극중에서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는 남자아이의 물음에 김태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여자아이는 지구본에서 한국을 찾아 손가락으로 짚는데 이때 우리의 '동해'와 '독도'를 '일본해'와 '다케시마'로 표기한 지도가 클로즈업 된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포착되자 국내 네티즌들은 "후지TV가 김태희를 고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도 없이도 한국을 설명할 수 있는데 굳이 '다케시마'라고 표기된 지구본을 꺼내놓고 독도를 클로즈업한 것은 의도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것들이 한일 양국의 대중문화 교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흔히 일본 대학생이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배낭여행을 시작하던 70~80년대를 한류의 태동기로 설명한다.

이후 한류 2기는 남이섬을 배경으로 펼쳐진 최지우와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로 꽃을 피웠고, 지금은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류를 확산시키는 계층도 전에 일본의 중년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일본의 젊은이들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사람들이 보는 안방 드라마에 한국의 톱스타인 김태희가 주인공을 맡자 일본의 여배우들도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김태희의 상품가치는 욘사마 배용준처럼 매우 높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김태희에게 극우세력들이 독도사랑 캠페인에 참여한 전력을 들어 반발하는 움직임은 일본진출을 노리는 많은 한류 스타들에게 자칫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류스타가 되기 위해 독도사랑을 외면한다면 이는 스스로 일본의 문화종속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정치와 별개로 진행되어야 할 한류에 역행해 일부 일본 극우세력의 행동에 놀아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처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한류스타들일지라도 근본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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