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인류 공통어이자 시대를 담는 그릇인 공예. 공예를 테마로 한 축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내에서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경기도자비엔날레가 대표적이며 원주 한지축제, 강진 청자축제, 문경 찻사발축제 등 50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

해외에서는 중국 경덕진의 도자기축제가 주목받고 있으며 일본 가나자와는 도시 전체가 공예의 숲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알자스의 섬유축제, 이탈리아 베니스의 유리축제, 영국 런던의 첼시크라프트페어, 미국의 소파박람회 등도 공예와 디자인을 화두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공예축제나 박람회는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데 주력한다.

공예라는 거대하고 다이나믹한 물성을 예술과 산업, 교육과 학술, 그리고 새로운 미래의 담론을 제시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세상 사람들이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예의 모든 장르가 망라된 종합 전시회이자 오감이 짜릿하고 감동의 드라마가 물결치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다.

9월 21일부터 40일간 펼쳐진 2011청주공예비엔날레는 더욱 돋보인다.

국내 첫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 65개국 3천명의 작가 참여, 전시·페어·워크숍·체험·공연이벤트·청주청원 네트워크전·시민참여프로젝트 등을 통해 공예는 물론이고 우리의 삶과 미래에 대한 꿈을 담아내고 있다.

게다가 거칠고 야성적인 건물인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피카소 등 거장들의 전시장으로 변신했으니 흥미롭다 못해 흥분과 감동의 곳간이 아닐까.

정부가 이곳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새로운 건물, 새로운 디자인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낡고 오래된, 황량하게 방치된 건물에 인간의 온기를 넣는 프로젝트, 즉 시대의 담론과 새로운 화두를 담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인간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공예를 담는 그릇도, 시대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삶을 노래하는 곳간도, 그리하여 그 지역과 국가와 시대를 포장하고 기록하는 것도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건축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인격을 만드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지난 1999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해 온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해를 거듭할 수록 내실 있는 전시와 알찬 부대행사로 국제사회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초대국가로 참여하기 위해 각국의 불꽃튀는 경쟁이 이루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해외작가의 발길을 보면 공예비엔날레의 저력과 가치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65년의 역사를 간직한 담배공장을 활용하였으니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것은 지당한 일이 아닐까. 건물의 모습에 덧칠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검박儉朴하게 준비했지만 그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생얼미인이다.

해외의 어느 큐레이터는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썼기 때문에 의도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태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기획자는 "이 건물이 뉴욕 한 복판에 있었다면 21세기 문화혁명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쇠락한 건물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데 그치지 않았다. 공예와 공예 밖의 다양한 문화양식들이 통섭 및 융합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건축, 디자인, 패션, 미술 등의 시각에서 새로운 공예정신을 찾고자 했다.

눈으로만 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소장하며 일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규모 페어관도 운영했다.

릴레이명사특강, 가을의 노래 시인의 노래, 청주청원 박물관 미술관 네트워크전 등 비엔날레가 열리는 40일간 청주는 거대한 공예의 숲이요 문화의 바다였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도서관, 시민 도슨트, 시민 홈스테이, 시민 자원봉사 등 5천여 명의 시민사회가 함께 어깨를 맞댔으니 청주만의 독창적인 비엔날레가 만들어졌다.

맑고 향기로운 청주정신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