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하여 정계의 핵으로 떠올랐던 안철수 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 대신 상식과 비상식의 논리를 전개해 세인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언론은 물론 논객들도 상식과 비상식을 거론하며 저마다 자기주장을 펼치는데 이를 활용하는 등 '상식과 비상식'이 최근 지식인들 사이에 화두가 되다시피 했다.

보수와 진보, 상식과 비상식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안철수 교수는 얼마 전 창원시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참석한 자리에서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설명한 적이 있다.

'평온한 평지에 어느 날 벽을 만들어서 그늘과 습지를 조성하면 벌레들이 많이 살게 된다. 이때 벽을 없애자고 하면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벌레들이다. 멀쩡한 사람들을 억지로 나누는 것은 담 밑에서 자기 나름의 이익을 얻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진보나 보수, 또는 좌나 우로 구분되는 걸 원치 않지만 안보는 보수이고, 경제는 진보이므로 굳이 구분한다면 중도에 가깝지만 보수와 진보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는 이념적 잣대나 정치적 성향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상식'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상식을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으로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식에 대한 정의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에 대해 동석했던 박경철 시골의사는 아주 명쾌한 해석을 했다.

"배고파 굶어 죽어 가면 살려야 한다.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리면 부축해야 한다. 이게 상식이다. 상식과 비상식으로 바라보고, 틀 속에 자기를 가두지 않는 청년들이 되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던 셈이다.

한나라당 서울시장이 자진해서 중도 사퇴를 했는데 한나라당 시장을 다시 선택하는 것은 상식과 어긋난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들은 상식을 선택했으니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다.

한국의 정치를 상식과 비상식으로 바라보면 유권자들은 이처럼 명쾌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네거티브 선거를 하는 사람보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군림하기보다 조직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뻔뻔스러운 정치행태는 두 번 다시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서울시장 선거는 온통 비상식이 난무한 선거였다. 헐뜯기 식 구태가 등장하고, 색깔론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서울시의 정책을 이야기하고 서울시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선거기간동안 뉴스나 신문을 장식한 글들은 온통 좌우, 진보, 보수 논쟁뿐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 교수의 삶을 좋아한다. 그의 도전정신도 존경하지만 공공성을 추구하는 헌신적 자세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을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수 있었지만 무료보급을 고집했다. 안철수 연구소를 외국에서 고가에 사겠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에도 국익을 생각하며 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구소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학문의 세계로 뛰어드는 등 의사에서 백신전문가로 다시 교수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는 20년 전에 끝난 좌파 우파 논쟁을 아직도 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선거도 "이번 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 보수 대 진보가 아니라 누가 더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없다는 본인 말을 애써 무시하고 자꾸만 제 3정당, 대선주자 등으로 포장하며 정치구도를 그리는 언론의 논리전개도 상식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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