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촌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10·끝> 농·산촌 작은학교 활성화 과제

정부의 작은학교 정책은 통폐합 정책과 교육복지정책으로 나뉜다. 통폐합은 이농과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감소, 교육과정운영의 정상화, 학생의 학습권 보장,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정부의 획일적 통폐합 정책은 결과적으로 폐교만 양산하고 말았다. 정부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적정규모학교 육성 기본계획'은 2012년까지 500개 학교의 통폐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통폐합이 오히려 이농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 농·산촌교육복지지원사업이다. 농산촌 전원학교 육성, 연중 돌봄 학교 운영, 기숙형 공립고 설립, 방과후 학교 활성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물론 교육복지지원사업에도 아쉬움은 있다. 전문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실행계획이 미흡한 데다 재정투자 역시 시설에 편중되어 있고, 지속적인 예산지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 작은학교 통폐합 왜 반대하나

작은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논리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학습자인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교육활동이 도시학교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도시학교와 농촌학교의 산술적 성적 비교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의 통폐합 정책 추진 배경에는 교육재정을 효율화하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산촌지역 학교의 위상과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학교 통폐합이 지역공동체성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농촌지역과 산촌지역 작은학교들은 교육적 기능을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적 거점 역할을 담당해 왔다. 따라서 통폐합과 폐교는 곧 농·산촌지역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연쇄적 악순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농인구가 증가하면 인구수와 함께 학생수가 줄어들고 학교와 지역사회는 소규모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폐교로 이어지고 학교와 지역사회 경제기반은 더욱 약화된다. 작은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농·산촌지역의 공동체성과 지역기반 강화,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작은학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충북 작은학교 현황과 문제

충북 상황은 어떨까.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농업도인 충북에서는 지난 1982년부터 통폐합이 추진돼 올해 3월까지 초·중·고 220개교가 통폐합됐다. 심각한 것은 군 단위 이하 농·산촌지역 학교 비중이 전체 70.4%(155개교)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충청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충북도내 시군 가운데 가장 급격하게 학교 통폐합이 추진된 지역은 제천, 영동, 괴산, 충주, 보은, 청원 순이었다.

충북도교육청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계획을 통해 소규모학교 통폐합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충북에서는 52개교의 학교가 추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

각종 개발 사업과 신도시 건설로 구도심 학교의 소규모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폐합 정책은 심각한 지역공동체 붕괴 우려를 낳고 있다.

통폐합 정책이 교육과정 운영정상화, 복식수업해소,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통학 조건이 악화되고 지역사회의 문화적 거점이 상실되는 등 지역주민들이 교육적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아키타현과 타 지역의 교훈

중부매일은 일본 아키타현의 초등학교와 국내 우수 작은학교 사례를 취재하면서 농·산촌지역 작은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교사와 학부모, 마을주민들의 노력이 필수라는 점을 확인했다. 전북 완주 삼우초가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작은 학교를 활성화시킨 사례라면 일본 아키타현의 하치모리초등학교와 히가시나루세초등학교는 지역사회의 적극적 지원 속에 학교가 곧 지역공동체로 성장한 경우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 살리기에 나선 사례가 충북 청원 동화초등학교이다.

학교의 소규모화는 농·산촌지역이나 도시 근교 학교나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일본과 달리 한국의 시골학교에서는 취약계층 아이들의 비율이 높았다.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방과후 프로그램, 돌봄교실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동 과제였다.

일본 하치모리초등학교는 작은학교의 강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 학생 한명 한명의 학습활동을 팀티칭으로 도와 학력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시켰다. 이러한 교육 실험에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함께 했다.



# 작은학교 교육활성화 방안

그동안 국내외 작은학교를 통해 소개한 문화예술교육, 마을학교와 별빛공부방, 학력향상 프로젝트, 방과후 교실, 복습지도와 자기주도학습 등은 교사와 학교, 마을주민과 학부모들이 작은학교에서 희망을 일구며 펼친 대표적 교육활동들이다. 작은학교 희망만들기는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었다.

지난 6월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농·산촌지역 작은학교의 희망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 아키타현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6월 열린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은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발표를 맡았던 박상필 의원은 작은학교 육성사업은 지역교육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이 지역발전과 학교발전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도지사와 도교육감, 지방자치단체장의 논의와 협의를 통해 작은학교 육성 종합 사업계획 및 지원체계 구축, 지역교육공동체 구축, 작은학교 육성사업 추진을 위한 전문가 집단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교육공동체가 구축되려면 지역의 특성과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충분하게 반영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교사와 지역주민들의 열정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한 작은학교 통폐합 추진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정미

warm@jbnews.com

■ 정부의 농·산촌 학교 지원정책

정 책 명 내 용
방과후학교 지원 -교육기회 확대 및 도·농간 교육격차 해소를 통해 교육복지 실현
- 농·산촌 방학 아카데미
-농·산촌 미니학교 가꾸기
농·산촌 전원학교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이 돌아오는 농·산촌 학교 만들기
-자연과 첨단이 조화된 교육환경 조성 및 우수인력 배치
-특색있는 교육과정 및 학교운영의 자율성 강화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학교 교육력 제고
연중 돌봄 학교 -면지역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 자녀들의 돌봄기능
-학생의 교통, 급식, 건강 등 기본생활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초학력 신장
-학생의 특기적성 계발 및 균형적이고 전인적 성장 도모
기숙형 고등학교 -최첨단 기숙시설을 통해 대도시보다 우수한 교육여건 조성
-다양하고 우수한 교육프로그램 및 인성교육을 통한 전인 교육


■ 정부의 작은학교 정책추진 현황

구분 통폐합 기준 정책주체 및 지원 통폐합 학교수
(5,452개교)
1단계
1982∼1998년
1981년 9월 180명 기준
1993년 9월 100명 권장
1997년 8월 영세사학 해산 특례
시도교육청 자체 추진
영세사학 해산 특례 조항
3,743 개교
2단계
1999년
1998년 8월 100명 기준 제시 정부재정 지원(2,577억원)
-본교폐지통합운영(5억원)
-분교장 폐지(2억원)
-분교장 개편(2천만원)
971 개교
3단계
2000∼2005년
본교-학생수 100명 이하
분교장-학생수 20명 이하
1면 1본교 원칙 유지
교육부 기준 제시
시도 교육청 자율추진
통폐합 과거 보다 감소
558 개교
4단계
2006년∼현재
2005년 국정현안조정회의
통폐합 추진 결정
2006년 60명 기준 제시
도서벽지지역이나 반대 심한 지역,
학생수 증가 예상 지역은 제외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 등
중앙정부 통폐합 재추진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
-본교 폐지 통합운영(10억)
-분교장 폐지(3억원)
-분교장 개편(2천만원)
394 개교

키워드

#연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