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이찬재 수필가

기로연(耆老宴)은 조선 태조임금부터 정2품 이상 전·현직 문관으로 70세 이상의 기로 당상관을 초청해 매년 상사(음력3월 상순의 기일)와 중양(9월 9일)에 열었던 잔치를 말한다.

기로(耆老)라는 뜻은 연로하고 덕이 높은 사람. 기(耆)는 예순 살을, 노(老)는 일흔 살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유림(儒林)을 대상으로 전국의 향교에서 기로연을 베풀고 있는데 충주향교에서는 지난 25일 충주시의 후원으로 목행동 이화예식장에서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의 전통의 맥을 잇는 뜻있는 행사로 치러졌다.

기로연이 나라에서 노인들에게 베푸는 잔치였다면 경로잔치는 마을이나 지역에서 경로사상을 앙양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행사로 일반백성에게 베풀어지고 있는 잔치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마을단위로 경로잔치를 베풀고 있는 아름다운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좋은 전통으로 자랑할 만하다.

음식을 장만하여 춤과 노래를 곁들여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해드리는 것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고장에서는 장수노인이 너무 많아 80세가 넘어야 경로당에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65세가 되면 노인으로 대접을 하고 있다. 경로우대를 해주고 적지만 수당도 지급하여 공경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여 노인을 공경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생산보다는 소비만하는 사람으로 평가하면서 노인문제로 다루는 것은 재고되어 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늙게 되는 것은 생명을 가진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또한 누구에게나 늙음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일제강점기에 억압을 참고 이겨냈으며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으면서 이 땅을 지켜 오시느라 온갖 고생을 하신 분들이다. 가난에 찌들며 못 먹고 못 입으며 자식교육을 위해 땀 흘려 헌신하셨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도록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 일하신 분들이다.

국가가 노인의 복지를 위해 많은 정책을 펴고 다양한 혜택을 드리고 있다. 입장료를 할인해주고, 지하철을 무료로 승차 하도록 하고, 대중 교통비를 할인해 주며 경로석을 지정해놓고, 경로당이나 요양원 같은 노인복지시설을 마련하여 노후를 편히 살도록 배려해 주고 있는 것도 동양의 전통문화인 효(孝)사상이 남아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의료기술이 발달되고 국민영양이 좋아져서 노인인구가 갑자기 증가하기 때문에 노인 정책을 펴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지고 일터에서 생산하는 젊은이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노인인구는 증가하고 있어 젊은이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옛날의 기로(耆老)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어 공원이나 경로당에서 소일(消日)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는데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수공예품 같은 일감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지원만 해주는 복지정책보다 노인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파크골프, 그라운드골프, 게이트볼 등 운동도 하면서 하루 몇 시간이라도 봉사차원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사회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 진정한 노인복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남이섬을 관리하는 직원을 은퇴하신 노인들을 채용하여 좋은 반응을 얻는 것처럼 60~70대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젊은이도 일자리가 없어 취업난이 심각한데 노인들이 일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할지 모르나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감을 찾아 드리자는 것이다.

역할상실에서 오는 고독감을 해소하도록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도 그들이 쌓아온 경륜과 노하우를 간접적으로 이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기로연이나 경로잔치를 베풀어주는 것 못지않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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