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조승희 前 언론인

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가결한 국회는 '최루탄 국회'로 명명되며 전 세계에 토픽이 되었었다.

FTA 정국은 여전히 시끄럽고 새로운 토픽을 양산하고 있다. 최루탄 국회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역시나'다. 한나라당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강력하게 비난 했다. 민노당은 "매국행위에 대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최루탄은 좀 지나쳤다…"고 하며 어물쩍 넘겼다.

정부와 여당 및 보수적 시민사회단체들은 FTA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 설득하고 있으나 그 목소리는 매우 작다.

반대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더욱 크다.

그리고 이들의 FTA 무효화투쟁 시위는 점점 더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영하의 추위속, 시위대에게 경찰이 차디찬 물대포를 쐈다. "얼어 죽겠다"는 시위대들의 호소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이에 여·야 정당들은 일제히 경찰을 비난했다. 야당의 대표들은 곧바로 시위대의 앞자리에 섰다. 물대포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어 시위현장에 나갔던 현직 경찰서장이 시위대에 폭행을 당했다. 모자와 계급장이 땅에 떨어졌다. 국가의 공권력이 길바닥에 떨어져 짓밟힌 것이다.

경찰은 시위대의 폭력 사태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재차 천명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어수선한 연말. 예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며 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FTA는 한국과 미국이 무역거래 등과 관련한 협정을 맺은 것이다.

협정이란,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협의에는 상대가 있다. 상대가 여럿일 수도 있고 단 한 사람일 수도 있다. 국가 간의 협정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협정은 서로가 공평하면 최상의 선택이다. 그러나 어느 부문은 손해인 듯 하고, 어느 부문은 이익인 듯 한 것이 협정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협정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FTA도 그럴 것이다. 미국과 1대1로 맞대응하는 만큼 앞으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경제 고속도로'가 될 수도 있고, '악마의 키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양면성이 있기에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우리 모두가 자칫 대응을 잘못하면 큰 화가 될 수도 있다. 손해인 듯 한 부문에 대한 대책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이러한 FTA 정국과 관련,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의 극과 극으로 치닫는 주장을 듣다보면 동전의 양면을 놓고 한쪽 면만 옳다고 떼를 쓰며 멱살을 잡고 싸우는 꼴 같다.

문득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바보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8을 2로 나누면 몇 인가요." "네. 4입니다." 홍돌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손딴지가 일어섰다. "틀렸습니다. 3입니다."하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이 물었다. "왜 3이냐." "예, 8을 위에서 아래로 둘로 나누면 오른쪽 절반이나 왼쪽 절반 모두가 3자가 됩니다. 그러니 답은 3이 맞지요." 옆에 있던 정한심이가 또 끼어들었다. "모두 틀렸습니다. 답은 0입니다." "어째서 0이 되지"라며 선생님은 어이없어 했다. 정한심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8을 가운데에서 옆으로 나누면 위에도 0이고 밑에도 0이 되잖아요. 선생님은 그것도 몰라요."

어찌 보면 바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내 현실'또는 '우리들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 생각만이 옳다고 큰 목소리로 주장할 때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도대체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린 것인지 알쏭달쏭 할 뿐이다.

오늘, FTA의 현실을 우리의 득과 실로 나눈다면 과연 몇 일까. '4' 일까 아니면 '3' 일까, 혹은 '0' 일까. 바보들이 자기만의 셈법을 주장하듯, 길거리로 뛰쳐나온 FTA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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