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최창중 단양교육장/소설가

조선일보 김형기 논설위원이 참으로 공감 가는 글을 썼습니다. '진보교육감들이야 떠나면 그만이지만'이라는 제목의 칼럼인데 전적으로 공감이 가기에 그 주요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작년 미국 볼티모어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1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교사는 수업시간에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학생에게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학생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교사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교사가 두 손을 쳐들고 다급하게 '항복'을 외쳤지만 아이는 사정없이 강펀치를 날렸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일을 강 건너 불로만 여겼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교감 폭행 사건은 등장인물만 다를 뿐 볼티모어 고교 사건의 복사판이다.

지난 5년간 교권 침해 사건의 절반이 작년 한 해에 일어났다.

일부 진보교육감들의 체벌 금지 선언,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몰고 온 폭풍이다. 진보교육감들은 임기 동안 이것저것 이념(理念) 실험을 해보다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바람에 학교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최근 본지의 박상준 논설위원께서도 '학생인권조례안은 과연 최선인가'라는 제목으로 교육자들이 매우 공감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최근 주요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한 기사가 있다.

대구 시내 모 중학교 계단에서 등교 중이던 3학년 학생이 교감에게 담배를 빼앗기고 야단을 맞자 교감을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했다. 이 중학생의 폭행은 다른 교사와 학생들이 교실에서 나와 말리는데도 계속됐다.

기자가 학창시절엔 극히 보기 힘들었던 일들이 요즈음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요즘 학교 풍경이 얼마나 살벌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든 것이 떠올랐다.

핵심은 학생 체벌 전면 금지, 두발·복장 자율화,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 제한적 보장 등이다.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선 무질서가 난무할 수 있다. 사회가 학교의 연장이라면 이런 교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두 분의 글을 읽고 생각난 사람이 바로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을 맡으면서 다양한 개혁 정책들을 쏟아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정책은 '교원 정년 단축'이었습니다. 교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정년을 62세로 단축하자 많은 교원이 한꺼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해 교원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등 큰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또한, '한줄 세우기' 교육을 없애겠다며 모의고사와 보충학습을 폐지하고 특기적성 교육을 강화한 '초·중등 교육 정상화' 정책을 내놓았는가 하면,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게 하겠다.'며 대입 개선안을 내놓아 학생들의 학업 능력만 떨어뜨려 당시의 세대에게 '이해찬 세대'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붙였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교사의 신뢰를 회복시킨다며 '촌지 근절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교사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실험적 정책을 시행하면서 교육계를 이리저리 마음껏 흔들어 놓은 그는 2년여 만에 홀연히 교육계를 떠났습니다.

그는 지금도 친노(親盧)진영이 중심이 되어 만든 '혁신과통합'의 상임대표를 맡는 등 정계를 씩씩한 걸음으로 활보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진보 교육감들이 혹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포퓰리즘에 편승해 이념 실험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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