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영식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바램이다.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수입의 대부분을 내 아이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바램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는 과연 이러한 부모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느낄까? 물론 자존감이 강하여 자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는 그렇게 느끼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 탓을 하면서 불행한 삶을 살 것이다.

자녀로 인해 부모가 고통 받고, 또 부모는 자녀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너무나 많다. 왜 사랑스런 아이가 자라면서 골치 덩어리로 인식되고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로 변해가는 걸까? 자녀로 인해 고통 받지 않고 자녀와 함께 행복해 질수는 없는 걸까?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자존감은 스스로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자기가치'와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합이다. 자존감은 '네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아니?' '이게 다 네가 잘되라고 하는 거야' '자신감을 가져'라는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지혜와 거기에서 비롯된 공감만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아이를 지극히 사랑한다고 해서 자존감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아이가 사랑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만이 자기가치를 키우고 스스로 선택한 것을 스스로 해낼 때 자신감이 커진다. 음치가 음악을 가르칠 수 없듯이 자존감이 약한 부모는 자녀의 자존감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 지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고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참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자녀에게 느끼게 해주는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판단'을 표현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느낌에 집중하면 표현하는 말이 달라진다. 생각과 판단이 먼저 나가면 옳고 그름 즉 시비를 가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충돌이 일어 생각과 판단으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자녀와의 소통이 힘들다. 생각, 판단, 요구를 표현할 것이 아니라, 느낌을 전달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 성장한다.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화를 표현하는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로서 감정을 조절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훈련해서 자녀에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쁜 감정이라고 억누르면 안 된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죄가 아니다. 긍정적인 감정 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보듬어 안아야 한다.

감정 조절은 양육자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부모가 완벽주의고, 욱하고, 통제가 심하면 자녀들은 그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자녀의 감정을 잘 읽어주고, 잘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되길 바란다면 자신이 정말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한 걸음 한 걸음 즐기면서 자기가 선택한 길을 한발 한발 내딪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는 매니저도 선생님도 아닌 '조력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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