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를 세상에 꺼내놓은 역사 지킴이 故박병선 박사(1923년∼2011년11월22일)가 지난달 30일 국립 서울 현충원에 안장됐다. 애국자이자 역사학자였던 박병선 박사가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를 우리에게 남긴채 삶의 긴 여정을 내려놓고 조국의 품에 잠든 것이다.

서울 현충원에 안장된 박병선 박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였다. 박 박사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서울 저동에서 태어나 진명여고와 서울대학교 사범대을 졸업한 후 1955년 민간인 최초로 프랑스 유학비자를 받아 소로본대학과 프랑스 고등교육원에서 역사학과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며 우리 역사의 궤적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선구적 사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1967년부터 13년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도서를 찾았으며, 직지심체요절이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박 박사는 직지심체요절이 1455년판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빠른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직지 대모(代母)'라는 별명을 얻었다.

'직지' 안에 적혀 있던 주조(鑄造)라는 글자를 연구한 결과였다. 박 박사는 도서관 사서직을 그만둔 뒤에도 외규장각 도서를 빌려 10여년간 목차와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등 반환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145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오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박병선 박사는 청주와의 인연도 깊다. 박 박사는 지난 2000년 청주에서 열린 인쇄출판박람회 자문 및 학술회의를 개최하는데 일조를 했으며 2001년 9월 4일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고 직지의 세계화와 활자로드 제작 자문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청주의 명예시민이기도 한 박 박사는 청주에 고인쇄 박물관이 세워지기까지 아낌없는 조언을 했으며 직지를 테마로 한 청주를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박 박사의 암투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북에서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한 도민들의 성금도 잇따랐으며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래기도 했다. 또한 조국품에 잠들던 날 300여명의 충북도민이 서울 현충원을 찾기도 했다.

박병선 박사는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한평생 우리 역사와 문화 연구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외규장각 의궤와 지심체요절을 발견해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80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오며 병상에서까지도 연구의욕을 불태운 박병선 박사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역사 지킴이로 모두의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는 박병선 박사의 애국정신과 우리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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